앵커: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22년치 북한 관영매체를 분석했더니,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의도는 '정권 생존'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람의 주관적 개입 없이 분석한 결과여서 더 눈길을 끄는데요. 자세한 내용 심재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사람이 일일이 분석하기 어려운 방대한 자료를 컴퓨터를 사용해 분석하는 기술.
자료에 나오는 수많은 단어 가운데 연계성을 지닌 단어를 묶으면 특정 주제가 드러나게 됩니다.
‘루베인 기법(Louvain method)’으로 불리는 이 컴퓨터 알고리즘 분석은 최근 학문 연구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로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 22년치(1997~2018년)를 분석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도를 파악한 연구 결과(Analyzing DPRK’s Nuclear Intentions with Its Propaganda Texts)가 7일 ‘저널 오브 아시안 앤 아프리칸 스터디(Journal of Asian and African Studies)’에 게재됐습니다.
이 학술잡지는 1965년부터 아시아 등 국가와 국제관계 연구물을 게재하고 있고, 미 보스턴 에머슨컬리지 나이젤 깁슨(Nigel Gibson) 교수가 편집장을 맡고 있습니다.
연구결과를 기고한 미 노스캐롤라이나 윌밍턴대학과 서폭대학 연구진은 방대한 자료에서 발견한 것은 ‘김일성 정권과 김정은 정권에서 지속되는 일관된 패턴’이라며 이것은 세계가 북한 정권을 믿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북한 정권이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고 밝혔습니다. (What we have found from this mega dataset is a consistent pattern lasting across two generations of North Korean leaders. This does not mean the world should trust the regime, but the regime does mean what it says.)
연구진은 조선중앙통신이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영문으로 보도한 22년치 기사 가운데, 핵 관련 기사 1만3132건을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기사 내 주요 단어는 ‘외부 위협(External threats)’을 주제로 연계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요 단어는 미국(USA), 전쟁(war), 한국(South Korea), 힘(force), 일본(Japan), 군사(military), 정책(policy), 공격성(aggression), 제국주의(imperialism), 적대적인(hostile), 핵전쟁(nuclear war), 도발(provoke), 위험(danger) 등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북한 정권은 외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 억지력이 필요하다고 일관되게 믿고 있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주요 목표는 자국의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The primary goal of North Korean’s nuclear weapons development is to preserve its own security. The regime consistently believes that a nuclear deterrent is necessary to counter external security threats.)
다음으로 비중 있게 나타난 주제는 ‘사상 선전(Ideological propaganda)’이었습니다.
연구진은 “북한은 핵무기를 이용해 사상 선전, 정권의 합법성을 높이고 있다”며 “이런 의도는 김정일 체제보다 김정은 체제에서 더 두드러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North Korea does use its nuclear weapons development to boost regime legitimacy through its ideological campaign. This secondary intention of legitimization is more prominent under Kim Jong-un than under Kim Jong-il, but still not as salient as deterrence.)
이 연구에 대해 미 해군분석센터(CNA) 켄 고스(Ken Gause) 국장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자신도 연구결과에 동의한다”며 “북한은 소련 붕괴와 냉전 종식 뒤 핵 프로그램을 가속화했는데, 이 시기는 재래식 전력이 쇠퇴한 북한이 목표를 한반도 통일에서 정권 생존으로 전환한 때였다”고 밝혔습니다. (I agree with this statement. NK accelerated its nuclear program after the fall of the Soviet Union and the end of the Cold War. It was a period in which its conventional forces were declining and NK military doctrine shifted from reunific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under NK rule to regime survival.
그는 “이 시기에 미국은 적대국을 다루는 전략으로 정권 교체를 강조하기 시작했다”며 “북한은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핵 프로그램을 필요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It was also a period in which the US began to stress regime change as part of its strategy in dealing with adversaries. Therefore the need for a nuclear program to secure its deterrent.)
기자 심재훈,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