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2019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어기고 북한에 5,000톤의 석유를 불법으로 판매한 대만 국적 남성 등 5명이 3년여 만에 대만 검찰에 의해 기소됐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만 가오슝 지방검찰은 18일 대만 국적 남성 천시환(Chen Shih Huan)과 전 대만 국회의원 아들 황 총웨이(Huang Chongwei) 등 5명을 테러 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대만 검찰은 이들이 싱가포르 국적 사업가 궉기성(Kwek Kee Seng)과 공모해 2019년 1월에서 11월 사이 북한에 5,000톤의 석유를 불법 판매했다고 밝혔습니다.
대만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 1월 말 ‘화펑 에너지 인터내서널’(Huafeng energy international)이란 회사를 설립한 뒤 베트남(윁남)에서 임대한 유조선 ‘비엣 틴 01’(VIET TIN 01)호에 네덜란드 석유사에서 구입한 595톤의 휘발유와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구입한 1,404톤의 휘발유 등 약 2천 톤의 휘발유를 실어 북한 남포항으로 운송했습니다.
또 같은 해 7월 이들은 또 다른 유조선 ‘씨 프리마’(SEA PRIMA)를 공동 구입한 뒤 그해 9월, 이 배를 이용해 2,925톤의 경유를 북한과 거래했습니다.
대만 가오슝항을 떠난 ‘씨 프리마’호는 당초 목적지였던 한국 울산항이 아닌 한반도와 중국 사이 황해에서 유엔이 금지하고 있는 선박 대 선박 거래방식으로 북한 선박인 ‘새별’(SAE BYOL)호에 경유를 불법 환적했습니다.
이들은 대만 정부와 국제기구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유조선의 선적국과 선박명을 지속적으로 바꾸며 수사망을 피해갔습니다.
하지만 대북제재 위반 행위를 감시하는 미국 수사당국에 이들의 움직임이 포착돼 수사가 시작됐으며, 미국의 수사 의뢰를 받은 대만 검찰이 거주지 인근 모텔 등에서 숨어지내던 천시환과 황 총웨이 등을 체포했습니다.
대만 검찰은 천시환과 황 총웨이가 처음에는 북한에 석유를 판매하지 않았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지만 나머지 공범들의 진술과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장부,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제공한 자료 등을 통해 이들의 범죄 사실을 밝혀내 기소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2022년 10월 궉기성과 천시환 등이 북한에 석유 제품을 수출함으로서 북한의 불법무기 프로그램에 직접적으로 지원했다며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궉기승은 ‘씨 프리마’(SEA PRIMA)로 불린 선박 ‘커리저스’(Courageous)호가 북한 선박으로 석유제품을 불법환적하는데 관리∙지휘한 인물이며, 천시환은 승무원들의 급여를 관리하는 등 불법적인 대북 석유수출에 직접적으로 관여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도 지난해 11월 사상 처음으로 대북제재와 관련된 특정 개인에 대한 보상금을 발표하고 궉기성과 관련된 제보 시 최대 500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남부 연방법원은 2021년 4월 대북제재 위반 및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궉기성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유엔 안보리는 2017년 12월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통해 대북 유류 공급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기자 조진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