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일부 지역의 어린이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생계를 위해 샘물장사에 나서고 있어 나라의 앞날이 걱정된다는 주민들의 한탄이 나오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의 보도입니다.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20일 “음력 설을 앞두고 덕천시에는 샘물을 등에 지고 팔러 다니는 아이들이 많아졌다”면서 “그 어린아이들 중에는 8살 어린이도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어린이들은 모두 부모가 있지만 공장 노동자인 아버지는 국가로부터 식량이나 월급을 공급받지 못하고, 어머니도 장사가 시원치 않아 음력 설에 이밥(쌀밥) 한 그릇 먹기 어려운 처지라 어린이 스스로 샘물 장사에 나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아이들은 서너 명씩 무리 지어 덕천식료가공공장 뒷산에서 나오는 샘물을 장통(큰 물통)에 담아 등에 지거나 손수레로 끌며 시내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샘물 사라요’라고 외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에서 샘물가격은 일반 샘물이냐 약수이냐에 따라 차별화되는데, 일반 샘물은 1리터에 내화 300~500원($0.04~0.06) 건강에 좋은 약수 샘물은 1리터에 내화 1,000원($0.12)으로 알려졌습니다. 덕천시는 전체 면적의 74%가 산림으로 되어 있어 샘물이 많은 지역이지만 약수 샘물은 덕천식료가공공장이 자리하고 있는 주변 일대에서 나온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아이들이 하루 종일 걸어 다니며 샘물을 판매하는 량은 10리터 정도, 이마저도 일반 샘물을 팔면 하루에 내화 5천($0.59)원, 약수를 팔면 내화 1만($1.19)원을 벌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도 “음력설을 맞으며 구장군에서는 샘물을 등짐으로 지고 샘물 장사하느라 고생하는 아이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면서 “내가 사는 읍만 해도 ‘샘물 사라요’를 하루 종일 외치며 동네를 누비는 아이들이 열 명은 넘는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샘물을 사라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아파트 주민들이 샘물을 사겠다고 아이들을 부르면, 아이들은 즉시 무거운 샘물을 등에 지고 5층, 7층까지 걸어 올라가 샘물을 팔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주민들은 음력 설 첫 날 샘물을 마시면 일년 운세가 꼬이지 않고 장사가 잘 된다는 미신을 믿고 있어 요즘 샘물 장사는 그런대로 잘 되는 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 추운 겨울에도 비지땀을 흘리며 샘물을 팔고 있는 아이들에게 몇몇 주민들이 공부도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동정하면 ‘공부하고 싶어도 가난 때문에 공부할 처지가 못된다’면서 ‘샘물이나 좀 사주라요’라고 말하며 장삿길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주민들은 “한창 공부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할 어린이들이 생계 걱정으로 샘물 장사를 하고 있으니 나라의 앞날이 우려스럽다”면서 북한당국의 잘 못된 정책을 비난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