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자금을 세탁한 혐의로 미국에서 구속기소된 북한 국적자 문철명이 미국 연방법원에서 징역 45개월을 최종 형량으로 선고받았습니다. 이미 대부분의 형을 채운 문 씨는 조만간 연방이민국으로 신병이 옮겨져 본격적인 추방절차를 밟게 될 전망입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의 루돌프 콘트레라스(Rudolph Contreras) 판사는 20일 사치품을 북한에 반입하고 북한 자금을 세탁한 혐의로 기소된 북한인 문철명(57)에게 ‘구금된 기간’(Time served) 만큼의 형량을 선고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보호관찰’(Supervised release) 명령은 내리지 않는다면서도 5건의 유죄판결에 대한 비용(Special assessment) 각 100달러씩 총 500달러를 납부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미 법무부가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문 씨는 구금된 기간 만큼인 징역 45개월(time served of 45month’s imprisonment)을 선고받았으며 남은 형기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추방대상이 됩니다.
이날 콘트레라스 판사는 미국 연방 양형기준에 따라 문 씨의 형량은 121~151개월이지만 필수는 아니라면서(not mandatory) 문 씨가 ‘앨포드 플리’(Alford Plea) 방식의 형량 조정제도를 택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한 점, 이전 범죄 기록이 없는 점, 영어를 하지 못하는 문 씨가 말레이시아와 미국에서 구금되면서 겪었을 어려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문 씨가 이번 판결에 항소하지 않기로 했으며 추방명령에 동의한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콘트레라스 판사는 문 씨가 이제 가족에 돌아가 병마와 싸우고 있는 아내를 도와주길 바란다며 ‘행운을 빈다’(good luck to you)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판결은 문 씨 변호인 측의 의견을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앞서 문 씨 변호인들은 지난 8일 법원에 문 씨가 ‘구금된 기간’ 만큼인 약 4년의 형량만 선고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주황색 죄수복을 입고 이날 법정에 출석한 문 씨는 항소포기 서류와 추방명령 동의서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스스로 서명한 것이냐는 판사 질문에 한국어로 ‘네’, ‘그렇습니다’고 답했습니다.
또 형량에 대해 만족하냐는 판사의 질문에 ‘만족합니다’고 말한 뒤 ‘감사합니다’고 인사하고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판결이 끝난 뒤에는 변호인들에게 웃으며 감사 인사를 전하는 등 그는 판결에 만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2019년 5월 말레이시아에서 체포돼 2021년 3월 북한 국적자로는 처음으로 미국에 신병이 인도된 이후 현재까지 약 44개월간 구금된 문 씨는 이날 판결에 따라 나머지 약 1개월의 형기만 마치면 연방 이민국으로 신병이 옮겨져 본격적인 추방절차를 밝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문 씨 변호인측은 문 씨가 북한이 아닌 암투병 중인 아내 및 딸들이 거주하고 있는 중국으로 추방되길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법정에는 미 연방검찰 측 3명과 문 씨 변호인 2명이 참석해 마지막까지 치열한 공방을 펼쳤습니다.
문 씨 변호인은 문 씨가 미국에 해를 입힐 목적의 물품이나 무기가 아닌 주류와 담배, 설탕 등을 북한에 반입하고 자금세탁을 한 것이기에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고 항변했습니다.
반면 검찰 측은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 사이버 해킹 등으로 미국과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매우 위험한 정권이라며, 문 씨는 돈세탁 범죄를 저지를 당시 북한 정권을 돕기 위해 노력했고 밀수한 물품이 이중 용도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 기소장에 따르면 문 씨는2013년 4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공범들과 함께 미국 달러를 중국과 싱가포르, 북한 등으로 이체하거나 송금받았으며, 이 기간 술과 담배와 같은 사치품을 북한 구매자들에게 제공하려고 미 금융체계를 이용해 미화 120만 달러 이상을 거래했습니다.
기자 조진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