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내 북에 대한 불신 초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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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랜 기간 미 의회와 정치권에서 활동해온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올해 북한이 미국을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행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미국은 애써 외면 중인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미 의회 내 북한에 대한 불신은 초당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덕인 기자가 김동석 대표와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기자: 지난 한 해 미국이 펼친 대북정책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고 싶은데요. 바이든 정부는 북한과 전제조건 없이 외교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해서 밝히고 있지만 가시적인 진전이 없어 보이는 상황인데요.

김동석 대표: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지난 한 해 동안 미국은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보건 문제가 무엇보다 우선이었습니다. 여기에 경제 복원, 그다음이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BLM). 이 외에는 관심을 가질 수가 없다는 점을 사실상 선언을 하고 시작한 건데요. 특히 북한과 관련해서는 전임 트럼프 정권 때 정상회담까지 했기 때문에, 이에 따른 부작용과 역반응이 아주 큰 가운데서 시작된 거죠. 그래서 북한 문제에 대해서 워싱턴은 현상유지를 하는 것 외에는 따로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한 셈이죠.

지금 북한이 철회를 주장하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은 대표적으로 대북제재와 한미연합군사훈련 이 두 가지 인데요. 미국 역시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인 거죠. 미국이 변하지 않으면 어떤 대화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었고, 바이든 정부는 전제조건 없이 일단 무조건 대화를 하러 나오라고 시작부터 지금까지 일관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외교 안보는 중국 관련한 사안 외에는 전혀 다루지 못하다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긴장 사태 때문에 지금 미국이 정신이 없죠. 그래서 지난 일 년 동안은 많은 사람이 예상했던 대로 오바마 정부 때의 이른바 ‘전략적 인내’ 이상으로 현상유지를 하느라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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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발사 장면. 북한은 25일 동해상으로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쏘며 새해 다섯 번째 미사일 발사를 단행했다. / 연합

기자: 올해 2022년은 어떨까요? 미북관계, 북핵 문제에 대한 진전을 위한 공간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김동석 대표: 현재 북한은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현실을 굉장히 정확하게 읽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고 우선은 일 년간 지켜보다가 새해 들어서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하고 이달 정치국 회의에서도 미국을 위협하잖아요. 모라토리엄 즉, 이제까지 북한이 자제해왔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시험 발사의 재개를 검토한다는 건데 이건 미국에 대한 구체적인 위협이죠.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새해 들어 미국 백악관뿐만 아니라 국방부나 국무부도 애써 외면을 하는 모습입니다. 또 가급적 북한을 향한 자극적인 언급을 삼가는 노력을 봐서는 우선 상황을 잘 유지하고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현재 바이든 정부의 판단은 미국이 너무나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고, 특히 중국과 긴장이 고조된 것에 추가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을 미국으로부터 떼어내고 관리하기 위한 좋은 기회가 된 거잖아요. 이런 상황을 북한이 잘 지켜보면서 도발을 하고 긴장을 조성하려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당분간 미국은 인플레이션(소비자물가 상승률) 등 국내 문제와 오는 중간선거를 준비해야 하고 북한과 어떤 긴장을 조성하기에는 겨를이 없기 때문에 조금 더 인내할 거라고 보이고요. 2022년은 미북관계가 매우 불안한 가운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달 북한의 새해 두 번째 발사 직후 미국 서부 해안 일부 공항에서는 항공기 이륙이 한때 정지되기도 했는데, 겉으로는 안 그래도 미국에는 매우 큰 위협적인 도발을 북한이 하고 있다, 그런 조짐도 볼 수 있었고요. 저는 올해 북한은 더 긴장을 조성해서 어떻게 해서든지 대북제재를 풀고 상황을 돌파하려 할 가능성이 있는데, 미국 역시 강경하게 나갈 거라고 봅니다. 얼마 전 미국은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이른바 CVID, 즉 북한에 대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란 표현을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주로 미국은 (북한이 거부감을 보여온) 이 용어보단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해 왔는데요. 올해부터는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역시 미북 간 긴장이 계속 고조될 거라는 예상을 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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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인도네시아 주재 미국 대사를 겸임하고 있다. 주한 미국 대사와 북한인권특사는 지명되지 않은 상태. /AP

기자: 지난해 말 미국은 일본과 중국에 대한 대사 임명을 마무리 지었는데요. 아직 주한미국 대사의 임명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김동석 대표: 지금까지 주한 미국 대사를 임명 하지 않은 것은 한국 문제를 조금 더 확장된 문제의 하부구조로 둔다는 의미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주한 미국 대사의 임무가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아직 못하고 있는데 대한 가장 큰 원인은 의회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대사 임명에 관한 사전 관련 조율이 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게 더 맞습니다. 북한에 관해서는 성김 인도네시아 대사를 지난해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임명했기 때문에 우선은 그렇게 대처하는 것이고요. 또 사실 아직 공석으로 남은 대사직이 꽤 남은 상황이기도 하고요. 표면적으로는 한국 대사의 중요성도 그 정도 순서에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겠지만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반면 냉정한 시각으로는 북핵 문제에 관해서는 미북관계는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기조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도 있고요. 또 성 김 대사를 대북정책특별대표직을 인도네시아 대사직과 겸임으로 두기도 했습니다. 그런 점을 봐서는 북한 문제를 우선순위로 두고 뭔가를 하겠다는 의지가 백악관에는 없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기자: 이번 회기에 연방의회에 발의된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내용을 담은 한반도평화법안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데요. 최근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대립각이 세워진 모습입니다.

김동석 대표: 미국 연방의회를 좀 제대로 아는 전문가들은 한반도평화법안의 내용에 대해 의아해하는 분들이 꽤 많아요. 왜냐하면 의회에서 한반도 평화에 관한 어떤 결의를 하고 법안으로 만드는 데 있어서 사안들을 하나로 다 뭉쳐서 추진하면 절대 될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먼저 한반도평화법안 속에는 종전선언이라는 매우 어려운 내용이 들어가 있죠. 여기에 이어 평화협정체결이나 연락사무소 설치 등이 담겨 있잖아요. 그건 전반적으로 미국 의회, 워싱턴에서 볼 때 미북관계를 맺는데 거의 마지막 순서에 있는 것들이고 매우 어려운 일들이죠. 우리가 시험 볼 때 그래도 웬만큼 점수를 잘 받으려면 쉬운 것부터 풀어야 하잖아요.

지금까지 전략적인 관점에서 한반도 평화를 추진하기 위해 미북관계를 좀 더 유연하게 만들고 또 발전시키기 위해서 미북 이산가족상봉법안과 같은 가족 문제를 따로, 또 북한 인권 문제는 따로, 이렇게 나눠서 하나하나 점진적으로 추진되어 오던 것이, 평화법안은 그걸 하나하나 다 묶었습니다. 지난 116대 회기 때에는 종전선언이란 사안이 결의안으로 상정돼 여론을 만들어내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건 전략적으로 괜찮았다고 봐요. 그럼 그 분위기를 가지고 어떻게 해야 좀 더 점증적으로 한반도 평화에 관한 의회의 동의를 끌어내는 것에 대해 미국 의회를 잘 이해하고,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전략에 기반한 로드맵을 만들어나갔어야 했는데요. 입법을 추진하는 데 있어 현명한 전략은 아주 반대하는 사람은 살살 반대하게 하고, 살살 반대하는 사람을 침묵시키게 하면서 영역을 넓혀 나가다가 적절한 시기에 밀어붙여야 하는 겁니다.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모두가 이 법안이 담은 것들을 지지하고 동의해야 한다는, 이런 원칙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의회에서도 흔들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반대 의견이 있을 것이 나름 분명한 상황에서 일방적인 추진만 고집하는 것은 오히려 가만히 있는 것보다 못한, 반대 세력을 결집하는 상황을 초래하는 겁니다. ‘북한과 구체적으로 어떤 진전이 있는 게 아닌데 왜 굳이 반대의 목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냐’, 이건 워싱턴을 아는 전략가들의 목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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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난해 5월 미 연방하원 발의된 ‘한반도평화법안(H.R.3446 -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Act)’. 한반도 종전 선언과 평화 조약 등을 담은 이 법에는 현재 미국 연방 의원 34명(민주 33, 공화 1)이 서명했다. /117th US Congress

기자: 앞서 한국전 종전선언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그레고리 믹스 하원 외교위원장도 이달 이어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이런 상황에서는 종전선언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었죠.

김동석 대표: 한국이 보는 미북관계에 끼어든 한국의 입장과 미북관계에 대한 미국의 정치권이나 행정부가 보는 관점에 간극이 큽니다. 그레고리 믹스 외교위원장은 미국 정부가 전제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반응을 할 때에 종전선언이라는 얘기를 하는 거죠. 미국의 요구에 북한이 응할 때 종전선언에 동의한다는 겁니다. 의회 내 북한에 대한 불신은 초당적이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유화적인) 정책은 정말로 할 수 있는 일부터 점증적으로 해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고요. 결론적으로 워싱턴을 알고 추진해야 합니다. 미국 민주당도 북한 문제에서는 한국 편이 아닙니다.

앵커: 지금까지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이상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