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이 최근 출간한 회고록을 통해 "김정은 총비서가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는데요. 책 내용처럼 이것이 김 총비서의 진심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심재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18년,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자격으로 북한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그는 최근 출간한 회고록 ‘한 치도 양보하지 말라(Never Give an Inch)’를 통해 북한 김정은 총비서와의 대화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폼페이오는 “김정은은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 내 미국인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중국 공산당은 한반도를 티벳이나 신장처럼 다루기 위해 미국의 철수를 필요로 한다고 했다”고 적었습니다.
폼페이오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시진핑 국가주석”이라며 “중국 공산당은 김 총비서가 협상을 타결할 재량을 거의 주지 않았다. 북한 문제는 항상 중국 공산당과의 대리전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중국으로부터의 보호를 필요로 했다”며 “이것이 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나는 과소평가했다. 한반도에서 미국 미사일이나 지상전력이 증강되는 것을 북한은 전혀 싫어하지 않는다”고 기록했습니다.
회고록에 대해 북한 엘리트 계층 탈북자인 이현승 글로벌피스재단 연구원은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폼페이오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 김 총비서의 발언은 북한 내부의 보편적 인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현승 연구원 : 김정은이 폼페이오에게 말한 게 정답입니다. 북한에서 저희가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던 인식이었고요. 반중감정이 있었고 항상 경계했습니다. 중국이 북한을 속국으로 대할 수 있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김정일도 항상 조심했고, 유언으로 김정은에게 '중국을 절대 믿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는 또 북한 정권은 주민들을 더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주한미군을 필요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현승 연구원 : 김정은 정권 자체도 주한미군이 있어야 무기개발이나 핵개발, 주민들을 통제할 수 있는 근거가 되거든요. 김정은으로서는 주한미군이 있는 것이 주민통제 등 본인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입니다.
회고록에서 폼페이오는 김정은 총비서를 만난 순간에 대해 “김 총비서는 긴 붉은 카펫 끝에 검은 인민복을 입고 밝은 주황색 벽 앞에 서 있었다”며 “그 색체와 조명이 그의 머리 위에 후광이 있는 듯한 모습을 만들어냈다”고 기록했습니다.
김 총비서와의 면담은 45분마다 중단됐는데, 이유는 김정은이 심각한 흡연습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적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만날 때 김 총비서는 키가 커 보이기 위해 키 높이 구두를 신었다고 소개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총비서에게 ‘리틀 로켓맨’ 별명을 붙인 것은 좋은 뜻이었다고 말하자, 김 총비서는 “로켓맨은 오케이, 괜찮지만, 리틀은 낫 오케이, 괜찮지 않다”고 답했다고 전했습니다.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해체할 경우 대가로 몇 개의 소규모 한국 투자 프로젝트를 허용하려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상회담에서 김 총비서는 영변 핵시설 해체 대가로 완전한 제재 해제를 요구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거부했다고 적었습니다.
그러자 김 총비서는 심한 욕설을 하는 표정으로 김영철을 노려봤다고 회고했습니다.
폼페이오는 미 국무부의 인권 보고서에 대해 언짢아하는 김 총비서에게 “무고한 이들을 죽이는 것을 그만두면 그 보고서도 없어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자 심재훈,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