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내내 충성∙사상교육에 시달린 북 청년들

북한 학생들이 김부자 동상에 참배하고 있다.
북한 학생들이 김부자 동상에 참배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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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주민, 그 중에서도 청년학생들이 중요 기념일이 몰려있는 2월 한 달간 당국이 강요하는 각종 정치행사와 사상교양으로 크게 시달렸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강원도 원산시의 한 청년 소식통은 2일 “2월은 인민군 창건일(2/8), 김정일 생일(2/16), 김정일 대원수칭호 수여일(2/14) 등 중요 기념일이 많은 달이다”라면서 “지난 한 달 동안 청년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진행되는 각종 정치행사와 사상교양에 동원되느라 너무나 시달렸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강원도에서는 김정일 생일을 앞두고 도내 고급중학교(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철령에로의 답사행군’을 조직했다”면서 “김정일의 생애와 업적을 추억하고 따라 배운다는 명목으로 추운 겨울에 18살의 학생들을 원산 해안광장에서 철령까지 120리(50km)가 넘는 거리를 도보행군하게 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원산을 출발한 학생들은 행군도중 밤에 두 시간 정도 휴식하면서 우등불을 피우고 진행한 빨치산들의 회상기 연구발표모임 때를 제외하고는 잠을 자지 못하고 계속 행군을 했다”며 “다음날 철령에 도착해서도 그곳에 있는 김정일의 업적이 쓰여 있는 혁명사적비에 꽃을 증정하고 도내 간부들의 참석하에 군대와 탄광, 농촌 등에 적극 진출해 김정은에 충성할 것을 맹세하는 결의모임을 가진 후에서야 행군을 끝마쳤다”고 말했습니다.

철령은 강원도 고산군 구읍리와 회양군 금철리 사이에 있는 산세가 험한 높이 677m의 고개로 ‘선군정치’를 주창한 김정일이 철령을 넘어 휴전선에 위치한 1군단 예하 군부대를 자주 찾았다는 의미에서 선군정치의 상징으로 되고 있습니다.

소식통은 또“답사행군에 참가했던 내 동생의 말에 의하면 행군 도중에 깜빡 졸다가 넘어지거나 발바닥에 물집이 생겨 다리를 절룩거리며 겨우 걸어가는 학생들이 많았다”며 “그런데도 도 청년동맹 간부들은 행군하는 모습을 텔레비죤 기자들이 촬영하고 있다며 씩씩하게 행진할 것을 강요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다행히 학생들이 집으로 올 때는 학부모들이 다 같이 돈을 모아 구해 보낸 자동차를 타고 왔다”며 ‘추운 겨울에 어린 학생들이 잠을 자지 못하고 120리나 되는 먼 거리를 걸어 철령까지 가느라 얼마나 힘들었겠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이와 관련 나선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2일 “2월에는 청년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정치행사와 모임이 여느 해에 비해 정말 많이 진행되었다”며 “수시로 진행되는 정치행사에 억지로 참가한 청년들은 행사와 모임에서 대부분 졸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2.8절(인민군 창건일)에는 군인들에게 세면도구, 노트, 식료품 등 각종 지원물자와 위문 편지를 보내는 인민군대 지원사업이 있었다”며 “6.25 전쟁에 참가한 노병들과 영웅들과의 상봉모임도 진행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2.16(김정일 생일)과 관련해서는 매년 하는 녹음강연, 집중강습, 기념강연, 영화문헌학습 등 다양한 정치행사와 사상교육이 진행되었다”면서 “특히 시안의 전체 청년들이 김일성, 김정일의 동상 앞에 모여 붉은 천을 높이 들고 김정은에 충성을 결의하는 맹세 모임에도 참가해야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시안의 공장, 기업소 초급선동원들과 청년들은 집체적으로 시혁명사적관을 참관했으며 선봉지역에 있는 여러 혁명전적지에 대한 답사행군도 진행했다”면서 “요즘은 농번기를 맞으며 청년들에게 농촌에 보낼 한 가지 이상의 소농기구를 마련해 바치라는 청년동맹의 지시가 하달되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매년 반복되거나 새로 진행되는 각종 정치행사와 모임은 그 명칭과 형식이 다를 뿐 핵심은 딱 한가지, 김정은에 절대 충성하라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함경남도 함흥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3일 “때 없이 수시로 진행되는 정치행사와 모임에 억지로 참가하는 것도 싫지만 그보다 더 힘들고 싫은 것이 있다”며 “바로 탄광, 광산, 농촌 등 어렵고 힘든 부문에 자원할 것을 강요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작년 가을부터 현재까지 청년동맹 조직별 학습과 강연회를 비롯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진행되는 사상교육을 통해 당의 뜻을 받들어 탄광, 광산, 농촌으로 자원할 것을 강요받고 있다”며 “하루는 초급당비서와 청년동맹 비서가 따로 불러 ‘총비서동지와 당의 뜻을 따르는 것이 우리 시대 충신의 모습’이라고 하면서 자원진출자 명단에 서명할 것을 강요받은 적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공장, 기업소의 책임일꾼들도 자기 단위에 할당된 자원진출자 숫자를 채워야 하는데 자원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며 “청년들은 누구나 작은 문제라도 일으켜 기업소 간부들의 눈에 나면 탄광이나 농촌으로 가는 자원진출자 명단에 이름이 오를까 두려워 바싹 몸을 사리고 조심스레 행동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