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기후변화 대처 위해 국제사회와 관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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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식량 문제 등과 직결되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국경을 열고, 정치적 관여에 적극 나서지 않는 한 국제사회와 기후 관련 협력은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가 10일 '기후변화와 북한'을 주제로 개최한 온라인 화상회의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기후변화가 북한 주민들의 식량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지만 북한의 의지 및 정치적 행보와 별개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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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I가 10일 개최한 온라인 화상회의에서 토론자들이 기후변화가 북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줌 영상 캡처 (Kyung Ha Rhee)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스웨덴(스웨리예) 안보전략정책연구소(ISDP)의 이상수 한국센터장 겸 부소장은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집권 중 날씨 관측이나 자연재해 예방, 복구 등을 전담하는 부처를 신설하는 등 선대 지도자보다 기후문제에 더욱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상수 부소장은 북한이 고립된 국가이지만 기후변화를 피할 수 없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 동안 유엔이 정한 각종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어느 정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2019년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후 정치적 관여가 끊기고, 여기에 2020년 코로나 19(코로나비루스) 사태 시작과 함께 국경봉쇄로 유엔 등 국제기구들의 활동까지 불가능해지면서 기후문제에 대한 북한과 국제사회간 협력이 중단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상수 부소장 : (코로나로) 북한 정권은 정치적, 지리적으로 더욱 고립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내부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자력갱생을 강조했습니다. 2020년 이후 국제사회는 북한의 자연재해나 기후변화 협력과 관련해 관여하기가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매년 여름 홍수 피해에 대해 유엔기구에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했던 북한은 코로나 19 사태가 지속된 2020년과 2021년, 폭우로 농경지와 주택이 대거 침수되는 피해로 더욱 심각한 식량 위기를 맞았지만 여전히 외부 지원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이상수 부소장은 위성사진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한 기후 관측제도가 발달한 선진국들의 기술을 북한과 공유함으로써 향후 기후변화에 대한 협력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국제사회에 기후문제 개선에 대한 실행계획이나 투명한 정보를 공개하는 등 실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부소장은 덧붙였습니다.

이날 또 다른 토론자로 참석한 미 민간단체 전략위기협회(Council on Strategic Risks)의 캐서린 딜 선임연구원은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아래서 기후변화 관련 기술 이전에도 제약이 따를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특히 올해 들어 북한이 지속적인 미사일 시험 발사 등을 통해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은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더욱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랐습니다.

딜 선임연구원은 미 연구기관 기후안보센터(Center for climate & security) 등의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기후변화로 식량난, 홍수, 해수면 상승의 자연재해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한반도 전역의 기온과 습도 상승으로 장마전선의 북상과 태풍의 강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한편 미 국가정보국(DNI)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열악한 사회기반시설과 자원 관리가 홍수와 가뭄 증가에 대한 북한의 대응 능력을 약화시킨다며, 북한을 이상기후 대응 취약국(Highly Vulnerable Countries of Concern) 중 하나로 지목했습니다.

기자 김소영,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