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한국이 군사대결을 선택하면 핵무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대해 미국과 유럽의 전문가들은 과장된 호언장담, 또 공허한 위협에 불과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여정 부부장의 발언은 북한의 전형적인 겉만 번드르르한 언사(typical bombast), 즉 과장된 호언장담이자 북한이 한반도 평화에서 어떤 종류의 상대인지를 재차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This is typical bombast from the North and demonstrates, once again, the type of partner Pyongyang is when it comes to peace on the Peninsula.)
그는 이어 한국과 미국은 한미 연합군의 준비태세를 최고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포괄적인(Comprehensive) 한미연합훈련 재개를 비롯해 한미동맹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대북제재는 완화가 아니라 강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도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여정의 이번 발언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던 것처럼 과거부터 해왔던 것이라며 전혀 새롭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위협은 재래식 및 핵무기에서 북한보다 훨씬 역량이 뛰어난 한미 양국의 강력한 방어와 억지력으로 억제돼왔기 때문에 한국 측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핵무력을 사용하겠다는 김여정의 발언은 심각히 여겨지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 한국은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습니다. 미국도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습니다. 그래서 (김여정의 발언)은 공허한 위협(empty threat)에 불과합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국은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며 만일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한다면 미국 핵무기가 개입하게 될 것이고(implicated) 이것은 북한 측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벨기에(벨지끄) 브뤼셀 자유대학의 라몬 파르도 파체코 한국석좌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공격을 성공적으로 억지하려면 한국의 지속적인 군사력 강화가 필요하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공약도 지속적으로 보다 분명해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은 바로 김정은 정권의 파멸(end)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북한 측에 명확히 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는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여정의 이 벌언과 관련해 미국은 지난 수십년 간 해왔던 동일한 대북 억지전략을 유지하고 한국에 신형무기를 계속 공급할 것이라며 만일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려고 하면 미국이 대북 선제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하지만 미국은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핵확산에 대한 우려와 전술핵을 한반도에 배치하면 이를 보호하기 위한 장비와 병력 등이 필요하고 전술핵 배치가 미국의 대북 억지 구조를 강화시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미국은 (한국에 대한) 북한의 공격에 미국 본토 혹은 미국령 괌, 혹은 핵잠수함에서 발사한 미사일로 조속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는 중국과 러시아 측에 위협이 돼 지역 긴장을 고조시키고 한국내부적으로도 이에 대한 입장이 나뉘어 갈등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이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민간단체인 미 기업연구소(AEI)의 올리비아 쉬버 외교국방정책 담당 선임연구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여정의 발언은 북한 주민을 향한 내부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경제가 코로나19로 계속 어려운 가운데 이 발언을 통해 내부적 연대(solidarity)를 강화하려는 것이라는 게 쉬버 연구원의 주장입니다.
한편, 미 국방부와 국무부 대변인은 5일 김여정 발언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요청에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기자 이상민,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