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반장 못해 먹겠다” 과도한 세부담·노력동원에 '줄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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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서 인민반장은 말단 행정조직의 책임자로서 주민 통제와 관리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당국의 과도한 세부담과 노력동원에 회의를 느낀 인민반장들이 사직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5일 “이달에 들어서 함흥시 흥덕구역 룡연동에서는 인민반장을 더 이상 못하겠다고 동사무소 당 조직에 제기한 사람이 세 명이나 된다”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달에도 다섯 명의 인민반장들이 동당조직을 찾아와 몸이 아프다며 인민반장을 그만두었는데, 이달에 또 다시 인민반장들이 이런저런 구실을 앞세워 인민반장을 못하겠다고 제기하면서 동당비서의 신경이 날카로워 졌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주민들을 통제하고 관리해야 할 인민반장들이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은 올해 들어 당국이 보름이 멀다 하게 주민들에게 평양건설지원과 농촌지원 등 주민세부담 과제를 연이어 부과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주민세부담은 인민반장들이 책임지고 걷어야 하는데, 코로나로 살기 힘든 주민들은 돈과 쌀 등을 세부담 과제로 내라고 하는 당국의 지시에 화가 나 그 분풀이를 말단조직에서 직접 징수하는 인민반장에게 쏟아 붓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주민들의 항의와 반발로 인민반에 부과된 세부담과제를 제때에 걷어들이지 못하면 인민반장은 상부조직인 동당조직에서 추궁을 받게 된다”면서 “주민들과 당조직 사이에서 과도한 압박에 시달리는 인민반장들은 그만에야 회의감을 느끼고 인민반장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같은 날 “정주시 주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며칠이 멀다 하게 살림집 대문을 두드리면서 아침마다 사람들을 노력동원에 불러내는 인민반장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은 도시꾸리기를 진행하라는 당국의 지시로 도로구간별 정리사업과 회칠작업이 인민반별 분담되어 인민반장들은 각 세대주민들을 아침 작업에 불러내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보통 한 인민반에 20세대가 넘게 있지만 몸이 아프다는 구실로 주민들이 조기 작업에 빠지고 나면 도로정리에 동원된 세대는 8~10명 정도여서 도급제로 맡겨진 도로정리작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아 결국 인민반장이 동당조직의 날선 추궁을 받기 마련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당국의 과도한 노력동원정책을 하부말단조직에서 관철해야 하는 인민반장들은 생계가 어려운 주민들의 사정을 너무 잘 알고 있어 강제로 무보수 노력동원에 불러내야 하는 인민반장 역할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면서 “이에 인민반장들은 몸이 아프다는 구실로 인민반장을 그만두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북한 지방도시의 인민반장들은 주민세대에 대한 통제와 관리 임무를 맡은 말단행정 책임자이지만 월급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인민반의 공동변소 인분을 인민반장 특권으로 협동농장에 판매할 수 있는 혜택을 주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