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군 당국이 군사비밀 보안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병사들이 고향에 보내는 편지를 통해 군사비밀을 누설할 수 있다며 편지 검열을 강화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남도 신포시의 한 군 관련 소식통은 20일 “이달 초 신포시에 있는 동해함대 해군 부대에서 편지를 통해 군사비밀을 누설하지 말 데 대한 내용의 정치상학(학습회)이 일제히 진행되었다”며 “군인들이 고향에 보내는 사회 편지를 통해 군사비밀을 누설하는 현상을 막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보인다”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정치상학에서는 일부 군인들이 외부에 알려지면 안될 비밀에 속하는 내용이 적힌 편지를 사회 주소로 보내는 현상을 지적했다”면서 “부대의 위치와 전투임무, 무장장비, 부대이동 사항 등 군 관련 내용을 편지에 쓰는 것은 입대할 때 다진 군인선서를 어기는 반역행위라며 군사비밀을 누설하는 행위를 절대 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원칙적으로 군인들은 비밀누설 방지를 위해 군사우편으로만 편지를 보내게 되어있다”며 “군사우편엽서는 한쪽 면에만 글을 쓸 수 있는데 우편엽서 공급이 충분하지 못해 일반 종이에 쓴 편지를 자체로 만든 봉투에 넣어 군사우편으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하지만 군사우편은 편지가 오가는데 한두 달 이상 걸리는데다가 하고 싶은 말을 다 적을 수 없다”며 “대부분의 군인들이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이나 부탁, 전망문제 논의 등 개인적인 내용을 적은 봉투 편지를 자기와 잘 통하는 군관(장교)이나 공식적으로 외출이 가능한 기통수(수발수)에게 부탁해 사회 주소로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군사우편으로 보낸 편지를 군 보위부가 다 검열하듯이 사회주소로 오가는 편지도 보위성이 다 검열한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며 “우리 부대에서도 작년 가을에 한 군인이 고향에 보내는 편지에 자랑으로 부대위치와 자기가 근무하는 전투함에 대한 내용을 적은 편지를 사회주소로 보냈다가 검열에 걸리는 일이 있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계속해서 “그 군인은 두 달 가까이 보위부에 붙잡혀가 조사를 받다가 결국에는생활제대(처벌의 한 종류·불명예제대)되었다”며 “만기 군복무를 채우지 못하고 처벌을 받고 도중에 생활제대 되면 일생 전망 문제는 그것으로 끝난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만일 군인들이 사회주소로 보내는 편지가 적발되면 부대 부근의 우체국으로 이를 전달해줬던 군관이나 기통수 등도 처벌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본다면서 군인들의 사회주소 편지전달 과정에는 뇌물이나 사적 친분관계가 개입될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20일 “군대에 갔던 내 친구의 동생도 올해 초에 생활제대 되었다”며 “친구의 동생은 몸상태가 허락지 않아 군대에 가지 못한 친구에게 사회주소로 보낸 편지에서 자기 부대가 가지고 있는 무장 장비를 자랑했다가 우편검열에 걸렸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군대에 나간지 2년도 안돼 처벌 제대된 친구의 동생은 군내 한 탄광 노동자로 배치되었다”며 “군대에서 과오를 범해 처벌 제대되면 사회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부문에 배치되며 노동당 입당과 표창, 대학추천 등 모든 간부사업(인사 등용)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탄광 일이 힘들고 위험해 친구의 부모들이 힘을 써 아들을 탄광에서 빼내려고 이런저런 노력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친구의 부모가 알아본 데 의하면 생활제대된 아들의 문건에 ‘제일 힘든 탄광 막장 노동자로 배치할 것, 다른 기업소 이동 절대 금지’라는 딱지가 붙어 있었다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내가 아는 친구의 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밝고 활발한 성격이었다”면서 “그러던 그가 지금은 말이 거의 없는 과묵한 성격으로 바뀌었고 같은 또래와도 휩쓸리지 않고 고독하게 지내고 있어 친구의 부모들이 속상해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어린 군인들이 무심결에 자랑삼아 군사비밀과 관련한 내용을 누설했다고 이렇게 일생동안 헤어나올 수 없는 처벌을 주는 것은 너무한 것 같다”며 “우리가 주고받는 모든 편지가 보위부의 검열을 받는다는 사실도 무섭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