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지난 25일 인민혁명군창설 90돌을 기념하는 열병식을 심야시간대에 진행한 데 대해 행사에 동원된 평양시민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박정연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시의 한 간부소식통은 26일 “어제(25일) 밤 10시부터 김일성광장에서 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이 진행되었다”면서 “행사시작 직전까지도 개최 시간을 알려주지 않아 당일 새벽부터 하루 종일 김일성광장에서 대기하던 행사 동원 시민들은 피곤에 지쳐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25일 새벽부터 열병식 행사를 보장하기 위해 10만 여명의 평양시민들은 17시간이나 김일성 광장에서 대기했다”면서 “열병식을 야간에 진행한데 대해 당국은 최고 존엄과 수도보위사업을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행사참가 시민들에게는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위성에 포착되지 않도록 검정색 옷을 입을 것을 지시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과거에는 열병식행사 참가자들을 선발할 때 토대나 출신 성분을 기준으로 했다”면서 “하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 평양시민들 속에서 열병식 참가를 회피하는 경향이 나타나자 이제는 열병식 참가자들을 각 인민반 별로 할당해 강제동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행사에 동원된 평양시민들은 2개월간의 열병식 연습기간에 장사를 못 해 생계에 지장이 많다고 호소하고 있다”면서 “차라리 두 달간의 열병식 연습기간동안 한 달에 1인당 30달러의 돈을 바치고서라도 연습에서 빠지고 장마당에 나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당국에서는 풍선조에 선발된 초급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2달간의 훈련을 강행했는데 이 기간에 아이들의 성적이 떨어지게 마련”이라면서 “결국 초급중학교 아이들을 포함한 평양시민 10만 여 명이 야간 열병식을 치르기 위해 강제로 동원되어 겪은 고통은 말로 다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양시의 한 주민소식통은 같은 날 “김일성 광장에서 진행된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 열병식이 수도보위사업이란 명분으로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치뤄졌다”면서 “행사참가자들조차 행사 개시 시간을 모른 채 새벽 5시부터 하루 종일 대기해야 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행사 당일에는 열병식 참가대상이 아닌 일반시민들은 1호 행사과에서 나온 성원들이 거주지별로 명단을 대조 확인했다”면서 “행사에서 제외된 노인, 어린이 등 일반시민들은 열병식이 끝날 때까지 거주지 별로 일정 장소에 집결해 한 명도 이탈하지 못하도록 이동이 통제되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광장 주변의 아파트 옥상에는 수도보위 사업을 이유로 보위성원들과 무기들이 배치되어 행사가 끝날 때까지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면서 “아파트 거주자 중 행사에 참가하지 않는 사람들은 집을 비우고 한 곳에 모여 통제되고 있는데 무엇이 무서워 아파트 옥상에 중화기를 설치하고 보위성원이 배치되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야간 열병식에 대한 불만은 참가한 군인들 속에서도 나타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과거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는 열병식에 참가한 군인들에게 표창과 보름 동안의 휴가, 텔레비전 선물 등 상당한 혜택이 주어졌으나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열병식에 참가한 군인에게 아무런 보상도 없이 즉시 자대로 귀대(복귀)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열병식에 참가한 군인들은 대부분 즉시 지방의 자대로 복귀했으나 일부 대열을 책임진 장령(장군)급 간부들은 남아 김정은과 함께 연회에 참가했다”면서 “장기간의 고된 훈련을 거쳐 열병식 행사를 보장한 군인들은 날이 밝기도 전에 피곤에 지친 모습으로 평양시를 빠져나갔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박정연,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