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소수의 북한 기술자들이 당국의 정보유통 통제에 맞서 손전화(휴대전화) 해킹에 나서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서혜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민간연구기관 스팀슨센터의 마틴 윌리엄스(Martyn Williams) 연구원은 27일 ‘폭로 프로젝트: 북한의 디지털 통제 체계에 관한 새로운 연구(Project Reveal: New research into North Korea’s digital control system)’라는 보고서를 공개하고 이에 대한 화상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윌리엄스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선 특정 휴대전화 및 태블릿(휴대용 컴퓨터) 등의 장치에 와이파이(무선 인터넷 접속체계) 사용을 일부 허용하지만 북한 당국의 필요에 따라 수정한 기능을 통해 정보에 대한 접근을 통제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탈북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북한 내 소규모 ‘해킹 문화’가 존재하는데 이는 북한 기술자들이 북한에서 불법으로 간주되는 외국 드라마나 영화 등을 열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윌리엄스 연구원 :관련 증언을 해준 특정 탈북민 2명은 외국 콘텐츠를 열람하기 위한 목적으로 휴대전화를 해킹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은 이러한 해킹 규모는 광범위하지 않다며 해킹을 한 건 그들과 그들의 주변 지인들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북한 내 해킹이 상대적으로 아주 복잡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윌리엄스 연구원은 해킹을 했던 탈북민 중 한 명은 중국 국영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기술자로 일하다 북한으로 돌아오면서 중국산 해킹 소프트웨어를 밀반입했고, 다른 한 명은 김일성종합대학 컴퓨터공학과 학생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국가 보안 프로그램을 우회하기 위해 USB 케이블로 휴대전화를 컴퓨터에 연결해 특정 해킹 프로그램을 실행시켜 보안을 우회해 미디어(영상) 파일 등을 설치하는 방법을 사용해 휴대전화에서 외국 드라마나 영화 등을 재생할수 있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휴대전화 해킹은 2020년 말에 발효된 북한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도 구체적으로 언급됐는데, 북한 당국은 ‘비법적으로 손전화기조작체계프로그람을 설치’한 사람을 3개월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북한의 정보 전파(Information Dissemination in North Korea)’란 보고서를 공동작성한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의 피터 워드 박사와 스티븐 데니 박사도 참석했습니다.
데니 박사는 회의에서 313명의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통해 알게 된 예상밖의 사실은 북한 주민들이 한국 드라마 등 사실이 아닌 허구(fiction) 보다도 실화(nonfiction)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 즉 내용을 선호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자 서혜준,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