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25일 진행된 북한의 인민혁명군 창설기념 열병식에 참가했던 군인들이 이번 열병식 기간 동안 물자 보급이 매우 열악했다며 불평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27일 “이번 열병식에 참가한 동생으로부터 행사 준비 기간 군인들에 대한 후방보급이 제일 낙후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악성 전염병 사태로 인한 경제 상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전연(전방 1선부대) 군단에서 복무하고 있는 동생은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관계로 군단에서 선발되어 지난 2020년 10월부터 열병식에만 4번 연속 참가했다”며 “동생의 말에 의하면 열병식은 김정은이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행사로 이전 열병식때는 부대에 있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후방 공급이 괜찮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열병식이 수 개월 간격으로 연속 진행되면서 고기를 비롯해 열병식 참가 군인들에 대한 물자 공급량이 줄어든 것이 눈에 띨 정도라고 말했다”며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2020년 10월) 때만 해도 고기와 계란을 자주 먹었으나 이번에는 한 주일에 한 번 정도 겨우 먹었고 간식으로 주는 과자도 사탕가루(설탕) 대신 소금을 넣은 과자가 공급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2020년 10월(노동당 창건 75주년)과 2021년 1월(제8차 노동당대회), 2021년 9월(공화국 창건 73주년), 그리고 올해 4월 25일까지 최근 1년 반 정도 되는 사이에 열병식 행사를 4번이나 벌렸(벌였)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남도의 한 군관련 소식통은 27일 “열병식에 참가한 군인들에 대한 후방 공급이 충분하지 못해 군단(7군단을 말함)에서 지원을 많이 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군단 정치부와 참모부가 2년째 이어지는 악성 전염병 사태로 군단을 대표해열병식에 나갈 군인들에 대한 국가적인 후방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며 각 사단들에 지원물자를 내도록 강요했다”면서 “어쩔 수 없이 부대들이 일반 군인들에게 차려져야 할 후방물자를 일부 조절해 열병식 참가 군인들을 지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계속해서 소식통은 “특히 군관 가족들에게 추위 속에서 열병식 준비를 위한 고강도 훈련으로 쓰러지는 군인들이 많다며 고기를 지원할 것을 강요했다”며 “결국 군관 가족들이 자택에서 키우던 돼지, 오리, 닭 등을 지원했고 어떤 부대에서는 군관 가족들이 돈을 모아 시장에서 고기를 구입해 지원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군에서 후방군관(보급담당 장교)으로 근무했던 한 탈북민은 28일 “유튜브를 통해 열병식을 시청했다”며 “추운 날씨에 열병식을 준비하느라 6개월 넘게 고생했을 북한 군인들이 안쓰럽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열병식에 참가한 군인들에 대한 후방공급은 국방성 후방총국이 담당하고 있지만 내각 성, 중앙기관과 무역회사들이 지원하는 후방물자가 적지 않다”며 “이번에도 중앙기관 및 무역회사들이 노동당에 잘 보이기 위해 열병식 후방지원을 했겠지만 잘 해주고 싶어도 장기간의 코로나 사태로 인해 충분히 지원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 “열병식은 참가 군인들은 물론 주민들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허례허식일 뿐”이라며 “그런데도 김정은은 주민들이 자신에게 열광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고 여러가지 무기를 과시하는 열병식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