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관계, 한국 새 정부 대북정책 마련까지 교착 전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총비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총비서. (/그래픽-김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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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의 새 정부 출범 뒤에도 새로운 대북정책이 마련될 때까지 미국과 북한 간 교착 상황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른바 ‘조건 없는 대화’를 내세우며 비핵화 대화를 제안하고 있는 미국과 이에 반응하지 않는 북한.

민정훈 한국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 신정부의 출범과 한반도 정세 전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번 달 한국 새 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이 같은 교착 상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미 간 군사동맹 강화와 원칙 및 일관성에 기반한 대북 협상을 내세우고 있는 한국 새 정부의 정책 방향, 그리고 대북제재 유지와 조건 없는 대화를 원하는 미 행정부의 태도를 고려하면 미북 협상 재개 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민 교수는 북한이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자연재해 등 삼중고에 시달리면서 내부 결속과 생존을 위한 자력갱생을 도모하는 가운데,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협상 재개 조건으로 내세운 채 잇단 도발을 통한 전력 강화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싼 중국과 러시아 간 관계 강화 움직임에 편승해 북중, 북러 관계를 강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같은 북한의 군사력 강화 움직임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며, 한국 새 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안보 상황이 한층 엄중해질 것이라는 게 민 교수의 분석입니다.

북한의 무력시위에도 불구하고 대북제재 및 조건 없는 대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의 태도가 현재 단기적인 미북 관계 교착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물가 상승, 우크라이나 사태 등 선결 과제들이 쌓여있는데다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 행정부가 미북 관계에서 변화를 시도할 여유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또 미국 측이 섣불리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 북한이 이를 거절하거나 악용할 가능성, 점차 강해지는 북한의 도발 수위로 인해 미국 내 심리적 장벽이 높아지는 현 상황도 미국 측에는 부담일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민 교수는 한국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이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미국이 현 상황을 유지하는 선에서 북한 문제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국 새 정부 출범 직후에는 한미 공조를 통해 북한 도발에 대응하는 수준을 유지하다가 한국 측의 대북정책이 윤곽을 드러내면 북핵 협상 재개와 관련한 입장을 구체화할 것이며, 같은 시기 북한도 미북 대화 재개를 위한 새 국면이 나타날 때까지 입장 표명을 미룬 채 도발 수위를 높이면서 내부 결속과 대미 협상력 제고를 도모할 것이란 분석입니다.

민 교수는 결국 한국 새 정부가 내놓을 대북 정책과 대북 협상 전략이 향후 미북 비핵화 협상 재개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대북 억지력 강화와 대북 협상 전략 마련 등 정교한 정책 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앞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3월 당선 인사에서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두되 불법적인 행동에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정책방향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 (지난 3월):북한의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되 남북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어둘 것입니다.

한미 동맹과 관련해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습니다.

민 교수는 북핵과 미사일에 대응하는 한미 군사동맹 강화 뿐 아니라 이를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한국 새 정부의 대미 정책 기조가 미 행정부의 동북아시아 정책과 방향을 같이 한다며, 특히 군사동맹 강화 움직임은 한국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앞서 한미 정책협의 대표단은 지난달 미국을 방문한 뒤 개최한 기자설명회에서 양국이 “향후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 억지력을 강화하고 물 샐 틈 없는 공조를 다져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