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이 북한이 탈취한 암호화폐 자금세탁을 도운 온라인 믹서(mixer) 서비스 제공 업체에 처음 제재를 부과했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미국 재무부는 6일 보도자료를 내고 북한의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을 겨냥해 북한이 탈취한 암호화폐의 자금세탁에 쓰인 암호화폐 믹서 서비스 업체 ‘블렌더’(Blender)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습니다. (Today, the U.S. Department of the Treasury’s 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 (OFAC) sanctioned virtual currency mixer Blender.io (Blender), which is used by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 to support its malicious cyber activities and money-laundering of stolen virtual currency.)
블렌더가 제공한 믹서(mixer) 서비스란 암호화폐를 쪼개 자금의 출처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해당 기술은 이용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익명성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고안됐지만,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기술을 북한처럼 악용할 경우 불법 거래에 대한 추적이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재무부에 따르면 이번 조처는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조직 ‘라자루스’가 지난 3월 23일 블록체인 온라인 게임 ‘액시 인피니티’와 연계된 블록체인 사업에서 암호화폐 탈취 중 역대 최대 규모인 6억2천만 달러를 훔친 데 따른 후속 대응책의 일환입니다.
이날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재무부는 북한이 ‘블렌더’를 통해 자금세탁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 암호화폐 비트코인 계좌(지갑) 46개 등을 제제 대상에 올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무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블렌더’는 2천50만 달러에 달하는 북한의 불법 수익을 처리하는 데 이용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블렌더’는 2017년 설립된 후 지금까지 총 5억 달러 이상의 비트코인을 이전하는 데 사용됐고, 북한 뿐만 아닌 러시아와 연계된 해킹 조직의 자금세탁을 돕기도 했다고 재무부는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은 미국과 유엔의 강력한 제재로 인한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자금 마련을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와 금융기관에서의 강탈 등 불법적 활동에 의존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은 이날 특별제제대상(SDN) 목록에 라자루스의 불법 자금세탁에 연계된 암호화폐 이더리움 계좌(지갑) 주소 4개도 추가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 재무부는 “라자루스 그룹이 불법 수익금을 세탁하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 추가 암호화폐 가상 계좌(지갑) 주소를 갱신해 나가고 있다”면서 “블렌더와 같이 불법적인 사이버 활동에서 훔친 수익의 추적을 혼란스럽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가상화폐 생태계의 구성 요소를 노출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재무부는 지난달 중순 ‘액시 인피니티’가 당한 암호화폐 해킹 배후로 라자루스를 지목하고, 이 단체와 연계된 암호화폐 이더리움 계좌(지갑)를 제재 목록에 올린 바 있습니다.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테러리즘·재정정보 담당 차관은 이날 성명에서 “오늘 재무부가 사상 처음으로 가상 화폐 믹서(서비스)를 제제한다”며 “불법 거래를 지원하는 가상 화폐 믹서는 미국 국가 안보 이익에 위협을 제기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넬슨 차관은 이어 “우리는 북한의 불법적인 금융활동에 대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국가가 후원하는 절취 행위와 돈세탁을 가능케 하는 자들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제재 결정으로 인해 “미국 내 또는 미국인의 소유나 통제에 있는 블렌더 자산과 이로 인한 수익은 모두 해외자산통제국에 보고되어야 한다”고 재무부는 밝혔습니다.
아울러 제재 대상 인물의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인 지분이 50% 이상인 단체 역시 제재를 받게 될 전망입니다.
미국 국무부도 6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명의로 별도의 성명을 내고 “미국은 북한과의 외교를 모색하는 데 전념하고 있으며 북한에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동시에 우리는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대해서도 계속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