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 NGO, ‘북 순회의장국’ 제네바 군축회의 보이콧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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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오는 30일부터 4주간 유엔군축회의 순회 의장국을 맡을 예정인 가운데 전세계 30개 비정부기구(NGO)는 공동성명을 내고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국가들은 해당 회의를 '보이콧', 즉 불참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스위스 제네바 소재 비영리 인권단체인 유엔워치(UN Watch)는 26일 성명을 내고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미국, 유럽연합 및 다른 모든 민주주의 국가들을 대상으로 북한의 터무니 없는 유엔 군축회의 의장직에 강력히 항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회의에 참여하는 관련국의 모든 대사들은 북한이 군축회의 순회 의장국을 맡는 4주 간 회의에 불참(walk out)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성명에는 유엔워치를 비롯해 미국의 북한인권위원회(HRNK), 가족연구위원회(FRC), 영국의 세계감리교여성연합회 등 총 30개 비정부기구가 지지 서명을 했습니다.

단체들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북한은 세계 최고의 무기 확산국”이라고 규탄했습니다.

이어 “북한 정권은 (국제)조약을 어기고 자체 핵무기를 만드는 것은 물론 유엔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면서 미사일과 핵에 관한 기술을 다른 불량정권에 팔아 넘긴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은 미사일로 다른 유엔 회원국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자국민을 상대로 잔학행위를 저지르는 국가”라면서, “세계에서 가장 잔혹한 인권유린이 벌어지는 북한 정치범수용소에서 10만 명으로 추산되는 사람들이 고문과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단체들은 나아가 “북한은 올해 초부터 강행한 많은 미사일 시험에 이어, 앞으로도 더 많은 시험을 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으며, 정보기관의 평가에 따르면 조만간 핵실험을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유엔이 도덕적 나침반을 갖춘 기관이 되려 한다면 북한 같은 나라가 군비통제기관을 지휘하도록 허용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유엔워치의 힐렐 노이어(Hillel Neuer) 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유엔워치는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모든 회원국과 비회원 참관국(observer states)들이 북한 주재 군축회의에 대사 파견을 거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UN Watch urges the U.S., Canada, Britain, France, Germany, and all other member and observer states to refuse to send ambassadors to any meeting of this UN forum that is being chaired by North Korea. The U.S. and Canada pulled out while Iran was chair in 2013, and should do so again.)

노이어 대표는 “미국과 캐나다는 이란이 2013년 의장국을 맡았던 당시 회의에 불참한 바 있고, 다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의장국을 맡는 것은 군축체계와 유엔의 본질을 훼손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앞서 미국은 3년 전 베네수엘라, 또 4년 전 시리아가 순회의장국을 맡았을 때도 이같은 의장국 위임에 반발하며 대표부 군축담당 대사가 군축회의장을 떠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유엔 군축회의는 65개 회원국 가운데 영문 알파벳 순서에 따라 매년 6개국이 돌아가면서 4주간 의장국을 맡는데, 올해 북한도 의장국에 포함됐습니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이같은 북한의 ‘자격 논란’ 지적과 관련해 북한이 군축회의 의장국이 돼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북한의 의장직은 순전히 유엔 내 의정 기능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습니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