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을 방문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이에 신속하고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7일 한국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외교차관 회담을 개최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조현동 한국 외교부 1차관.
셔먼 부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한다면 추가 제재와 한미 방위태세 차원의 조치 등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우리는 북한에 불안정하고 도발적인 활동을 중단하고 외교의 길을 택할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합니다. 한미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계속 공유하고 있으며,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할 수 있도록 협력할 것입니다.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셔먼 부장관은 핵실험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또다시 새 결의 채택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한미 차원의 독자제재 방안을 논의했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 “그러한 실험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핵실험이 “세계 안보를 매우 불안정하게 하는 일이 될 것이며, 한미일 뿐 아니라 전 세계가 강력하고 분명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이에 준비가 돼있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에 대비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어떤 공동 비상계획을 마련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북한이 알게 될 것”이라며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조현동 한국 외교부 1차관은 “만에 하나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다면 한국은 미국,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를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와 더불어서 한미 방위태세 차원의 추가적인 조치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덧붙였습니다.
조 차관은 “우리의 일관된 입장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것”이라며 북한과의 핵군축 협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습니다.
회의 모두발언에선 한미가 북한의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면서 확장억제력과 연합 방위태세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자는데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조현동 한국 외교부 1차관:한반도 문제와 관련하여 양측은 최근 ICBM 발사와 다수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일련의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면서 상시 대비태세를 확고히 유지하는 가운데 확장억제력과 연합방위태세를 지속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양국의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방안도 거론됐습니다.
조 차관은 “한미 정상이 합의한 세계 차원의 포괄적 전략동맹 목표를 본격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양국 각급에서 전략적 소통을 활성화 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장·차관급 전략대화는 물론 외교·안보 2+2 장관급 대화, 경제분야 협의체와 함께 지난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EDSCG 재가동 등이 모두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미 양국은 향후 유엔 안보리 및 총회 차원의 조치에 대해서도 긴밀히 공조해 나가는 한편, 북한 내 코로나 확산과 관련한 인도적 지원 의지도 재확인했습니다.
셔먼 부장관은 한국과 미국 등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제의했지만 아직 수용되지 않았다며 “김정은 총비서가 도발적이고 위험하며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동보다는 코로나라는 난관에 대응해 주민들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 협상장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한미 외교차관 간 대면 협의는 한국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것입니다.
미국 측에서는 킨 모이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와 애덤 패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몽골 담당 보좌관, 한국에서는 임상우 외교부 북미국장과 이태우 북핵외교기획단장 등이 배석했습니다.
오는 8일에는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까지 함께하는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를 열어 북한 문제 및 지역과 세계 차원의 현안 대응을 위한 3국 협력 강화 방안을 협의할 예정입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셔먼 부장관은 이날 회담에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을 만나 지난달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평가하고 동맹 발전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미 공군은 이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전투기 20대를 동원해 서해 상공에서 대북 연합 공중무력 시위를 벌였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한미가 이날 오전 북한의 지속적인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서해상 공역에서 공중무력 시위 비행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비행에는 정밀유도무기를 장착한 한국 공군의 F-35A 4대, F-15K, KF-16 등 전투기 16대와 미 공군의 F-16 전투기 4대 등 모두 20대가 참가했습니다.
합참은 한미 전투기가 서해상 공역에서 공격편대군을 형성해 적 위협에 압도적으로 대응하는 비행을 했고, 이를 통해 연합방위 능력과 태세를 보여줌으로써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강력한 능력과 의지를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군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5일 평양 등 네 곳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8발을 동시다발적으로 발사했고, 이에 한미는 다음날 지대지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 8발로 대응 사격한 바 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