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위반 조사 방해 싱가포르인 15주 징역형

사진은 지난 2019년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북한선박이 유류환적을 하는 모습.
사진은 지난 2019년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북한선박이 유류환적을 하는 모습.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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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년 전 동중국해 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북한 유조선에 경유를 옮긴 싱가포르 회사에서 근무하던 싱가포르 국적의 한 남성이 대북제재 위반 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싱가포르 CNA 방송은 최근 법원 기록을 인용해 지난 7일 싱가포르 국적의 한 사업가가 선박 간 환적 방식을 통한 북한의 대북제재 위반 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징역 15주를 선고받았다고 전했습니다.

해당 징역형을 받은 만프레드 로 청진(Manfred Low Cheng Jin)이란 이름의 남성은 4년 전 일본 해상자위대에 의해 동중국해 해상에서 북한 유조선 ‘례성강 1호’에 화물을 옮기는 모습이 포착된 유조선 ‘역텅호’를 소유한 ‘역텅 에너지’(Yuk Tung Energy Pte Ltd)의 이사로 재직 중이던 인물입니다.

또 매체에 따르면 이 남성은 자신이 속한 회사의 유조선이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북한 선박에 경유를 옮겨 유엔 제재를 위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싱가포르 경찰의 조사를 피하고자 자신이 사용하던 ‘아이맥’ 컴퓨터와 손전화기를 처분해 증거 인멸을 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싱가포르 경찰은 2018년 2월 2일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역텅 에너지’ 사무실을 급습했지만, 회사 운영에 관한 정보를 담은 컴퓨터 두 대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싱가포르 경찰은 관련 조사를 통해 ‘역텅 에너지’사의 경유 판매 및 사업 운영에 대한 일부 정보와 문서만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만프레드 로 씨는 처음 기소됐을 당시엔 자기 가방에 담겨있던 컴퓨터와 손전화기가 지나가던 자동차와 부딪혀 파손됐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의도적으로 해당 기기를 폐기해 사법 절차를 방해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고 싱가포르 사법 당국은 밝혔습니다.

이번에 15주 징역형을 받은 만프레드 로 씨는 당시 회사의 또 다른 이사인 베니토 알로리아 얍(Benito Aloria Yap) 씨로부터 회사를 운영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고, 증거 폐기하라는 지시 또한 얍 씨로부터 내려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얍 씨의 경우 관련 조사가 개시한 이후 행방이 수년째 묘연한 상황입니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2018년 3월 ‘역텅 에너지’사와 유조선 역텅호를 제재 대상에 추가한 바 있습니다.

유엔 제재는 북한에 대한 모든 정제유 제품의 선박 간 운송을 촉진하거나 관여하는 것과 더불어 북한이 연간 50만 배럴 이상의 정제유를 수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NK뉴스는 7일 이번 사안과 관련해, ‘역텅 에너지’사가 지난 2018년 유엔의 제재 대상 목록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 기업 등록부(corporate registry)에 따르면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