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이 가열되면서 북한과 핵 관련 협상을 하기에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이 나왔습니다. 서혜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패트리샤 김(Patricia Kim) 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미중 간의 경쟁 구도로 인해 세계적으로 핵확산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는 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하기 위한 환경 조성을 더욱 복잡하게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20일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가 개최한 북핵 문제 전망에 대한 화상 회의에서 북한이 현재 한국이나 미국과의 교류에 관심이 없다고 평가하며 이는 미중 간 경쟁이 심화돼 중국이 북한을 전략적인 협력국(strategic partner)으로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연구원 :중국은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외교에 큰 역할을 했고 핵심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현재 중국은 미국과의 장기적인 경쟁 관계에서 북한을 전략적 협력국으로 중요한 위치에 두고 있습니다.
자오 통(Tong Zhao) 카네기칭화 국제정책센터 연구원도 이날 회의에서 북한이 미중 경쟁에서 중국의 부상을 인식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에 더 의존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에 기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향후 (북한과의) 외교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특히 “중국의 장기적인 목표도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지만 단기적으로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한다해도 북한에 책임을 묻기 위해 미국 등 다른 국가들과 협력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오 연구원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게 된다면 큰 규모의 핵실험은 아닐 겁니다. 그래야지만 올해 있을 20차 당대회 전에 안정적인 환경을 유지하길 바라는 중국의 우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임은정 한국 공주대 교수도 이날 회의에 참석해 북한이 미중 갈등 상황 및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미국, 즉 강대국들간의 마찰을 이용하고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내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한 것은 이를 국제 제재를 회피할 일종의 ‘사각지대(loophole)’로 이용하려는 속셈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패트리샤 김 연구원은 현재 미중 경쟁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사태, 대만해협에 대한 우려, 내부 정치 분열, 경제 상황, 코로나 사태 등을 미뤄봤을 때 북한의 핵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고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북핵 문제에 대한 협상에 대해 낙관할 수 없다며 현시점의 외교와 협상 여건은 극도로 나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러한 상황을 북한도 이해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큰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향후 북핵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편 수잔 손튼(Susan Thornton)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은 이날 회의의 사회자로 나서 “중러와 한미일 모두가 가장 극단적인 경우에 대비해 핵확산 방지 및 (북한의) 또 다른 핵실험을 예방하는 데 공동의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권유했습니다.
기자 서혜준,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