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전쟁의 정전협정일, 북한에서는 '전승절'인 27일을 앞둔 가운데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정전협정일, 혹은 이날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 전국노병대회 등을 한반도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데 활용하면서 '강대강' 국면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오는 27일 정전협정일을 맞아 열릴 것으로 보이는 노병대회에 김정은 당 총비서가 직접 참석해 연설할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앞서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2020년과 지난해 정전협정일을 계기로 열린 제6차, 제7차 전국노병대회에 직접 참석해 연설한 바 있어 올해에도 직접 참석해 대외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정전협정일 등을 계기로 한반도 긴장상태를 더욱 고조시킬 것으로 전망합니다. 한국의 윤석열 정부가 북한과 대화의 여지는 남겨놨지만 기본적으로 원칙적인 대북정책을 강조하고 있고 오는 8월 한미 연합훈련도 예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곽길섭 국민대 교수는 26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북한 내 코로나 상황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며 북한이 정전협정일, 혹은 제8차 노병대회를 계기로 방역성과를 과시하며 이를 향후 행보의 새로운 계기로 삼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곽길섭 국민대 교수 :코로나가 26일 아침 30명으로 감소했습니다. 정치방역이라는 말까지 나오는데요. 예상컨데 27일정도 되면 코로나 발열자 수가 한자리 수로 내려오면서 북한이 사실상 방역 대전의 승리를 주장할 것 같습니다. 북조선인민공화국의 승리의 날로 기념하면서 체제 결속을 도모하고 새로운 디딤돌의 날로 삼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전문가도 “코로나가 감소 추세라 북한 당국이 일종의 출구 전략을 모색할 때가 된 것 같다”며 “북한이 그동안 대내외의 긴장감을 조성해온 만큼 정전협정일도 긴장 조성에 활용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은 “현재 한국 정부는 현실주의적 입장에서 강한 힘을 통한 억제력으로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이에 북한이 굴하는 태도를 보일 수는 없기 때문에 강대강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당 총비서가 노병대회에 참석해 만약 메시지를 내놓을 경우, 내부 결속을 바탕으로 현재 긴장 상태의 책임을 한미에 돌리는 내용을 주로 밝힐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정전협정일을 계기로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8차 전국노병대회 준비 과정에 참석한 당의 주요 인사 중에 핵, 미사일 개발을 관장하는 리병철이 포함돼 있지 않아 7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기자들에게 보낸 분석글을 통해 “북한 매체가 당, 정부, 무력기관 간부들이 8차 전국노병대회 참가자들의 숙소를 방문했다고 소개했는데 여기에 참석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들 중 리병철이 빠져 있다”며 “북한은 중요한 정치적 기념일 전에 핵실험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북한이 7차 핵실험과 관련해 신중한 결정을 내릴 것이란 분석도 제기됩니다.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용인할지 불확실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추가적인 제재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핵실험 단행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유지하는 게 북한으로선 정치적으로 이익일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 :북한이 당장 핵실험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북한의 핵 고도화 과정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당장 핵실험을 감행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그 가능성을 계속 남겨둠으로써 얻는 이득보다는 아직은 적은 것 같습니다. 불확실성을 유지하면 북한으로선 이를 계속 활용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북한이 8월 한미연합훈련, 9월의 유엔총회,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등의 주요 정치 행사들을 면밀히 지켜보며 적절한 핵실험 시기를 가늠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혹은 북한이 지난 16일 한국 민간단체의 대북전단을 코로나 발생 진원지로 지목한만큼 향후 이뤄질 수 있는 한국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등을 구실 삼아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앞서 북한의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반공화국 삐라 살포가 계속된다면 그 후과는 2년 전 단행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정도가 아닐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곽길섭 교수는 “북한이 도발을 7차 핵실험으로 바로 연결시키기보다는 대북전단 같은 것을 구실삼아 강경 국면으로 몰고 가는 상황 속에서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