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에이즈계획 “북, 에이즈·HIV 실태 보고 7년째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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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간의 면역기능을 저하시켜 각종 질병에 노출돼 사망에 이르게 하는 병으로 알려진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일명 에이즈(AIDS)를 전담하는 유엔 산하 기구는 북한 내 에이즈와 원인균으로 알려진 HIV 비루스에 대한 정보가 극히 적다며, 북한은 지난 2015년 부터 이에 관한 현황 보고를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지난달 말 전 세계 에이즈 발생 현황 등에 관한 최신 내용을 다룬 보고서 ‘위험 속으로(In Danger)’를 공개한 유엔 산하 에이즈 전담기구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은 북한 내 에이즈 실태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에이즈계획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 대변인은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내 HIV에 대한 정보는 정말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Information on HIV in DPR Korea is really scarce.)

그러면서 북한은 가장 최근에 있었던 연례 보고 기간(2-3월)에도 어떠한 공식적인 자료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DPR Korea did not report any official data to the most recent rounds of UNAIDS Global AIDS Reporting.)

이 기구 대변인은 또 이같은 국제 에이즈 감시 기구 측에 “북한이 마지막으로 보고한 것은 지난 2015년이었고, 이 당시에도 매우 적은 수의 지표만 보고했다”고 덧붙였습니다. (The last reporting to the Global AIDS Monitoring Platform was in 2015 but the country reported very few indicators.)

이어 “(북한의) 2015년 보고에 따르면 당시 북한 내에는 HIV 검사를 제공하는 보건 시설이 10곳 있었고, 조사된 15-24세 사이의 젊은 여성의 8%만이 HIV에 대한 포괄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2015 reporting indicates that there were ten health facilities that provided HIV testing services and about 8% of surveyed young women (15-24 years) had comprehensive HIV knowledge.)

대변인은 그러면서 “유엔에이즈계획은 북한에 대한 최근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우리는 항상 (북한 등) 유엔 회원국에 HIV 관련 자료 수집과 분석에 있어 기술 지원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We are always willing to provide technical support to UN member states in the collection and analysis of HIV-related data.)

유엔에이즈계획이 이번에 공개한 보고서 부속서(HIV estimates with uncertainty bounds 2020-2021)에는2010년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 각지172개국의 HIV 비루스 감염 실태 및 치료 현황에 관해 조사된 추정치 등이 기술됐는데, 북한의 경우 거의 모든 항목에서 자료가 없다고 나타났습니다.

한편 해당 자료 내 12개 항목 중 북한과 관련해 유일하게 기술된 항목은 ‘항레트로바이러스 요법 추정치(Number on ART)’였는데, 2016-2021년 지난 6년간 매해 총 15세 이상 여성은 300명이, 15세 이상 남성은 2,700명이 항레트로바이러스 요법을 통한 치료를 받았을 것이라는 고정된 추정치가 담겼습니다.

다만 이같은 수치 또한 자유아시아방송의 해명 요청 뒤에 부속서홈페이지에서 수정(삭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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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에이즈계획(UNAIDS)이 지난달 27일 공개한 ‘위험 속으로(In Danger)’ 보고서 부속자료에는 지난 12년간(2010-2021) 북한 내 HIV 관련 정보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UNAIDS/07-26-22 ‘HIV estimates with uncertainty bounds 2010-2021) (Dukin Han)

이와 관련해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은 이달초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과거부터 자국 내 에이즈 및 HIV 비루스 감염 사례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만큼, 유엔에이즈계획과 같은 국제기구가 실태를 파악하기엔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안경수 센터장 : 원자료(raw data)가 없을 텐데요. 밀가루가 없으면 빵을 못 만드는 것 처럼 유엔 기구도 자료가 없으니 평가할 기반도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유엔에이즈계획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에이즈를 유발하는 전 세계 HIV 비루스 보균자는 3천800만명 정도로 집계됐고, 지난해 에이즈 관련 요인으로 사망한 사람은 약 6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자국 선전 매체(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북한이 소위 ‘에이즈 청정국’이란 주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