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의 김여정 당 부부장은 지난 10일 처음으로 공개 연설에 나섰습니다. 부상하는 그의 위상에 미 터프츠 대학의 이성윤 교수는 김여정 부부장이 북한에서 권력을 쥔 강력한 '외교적 무기'라고 평가했습니다. 서혜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공개 연설을 통해 코로나 방역전에서의 승리를 선언하고 대남∙대미 비난 수위를 높였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이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소집한 회의에 참석해 공개 연설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 터프츠 대학의 이성윤 교수는 “김여정은 북한의 외교 무기고(diplomatic toolkit)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교수는 17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북한 정권 지도자와 김여정 부부장’이란 제목의 온라인 토론회에서 “김여정은 북한의 잔인하고 추악한 표면에 여성의 부드러움을 발하는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지난 2018년 한국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김여정 부부장이 한국을 방문해 특별한 발언을 하지 않았어도 그는 평화와 화해의 전조로 한국을 매료시켰다고 전했습니다.
이 교수 : (북한과 같이) 남성 지배적인 정치 문화에서 김여정과 같이 권력을 쥐고 있는 여성이 있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현상입니다…그는 북한의 외교 무기고에서 강력한 무기이고 이는 이미 2018년 2월 평창 올림픽에서 입증됐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CSIS의 빅터차 한국석좌도 “북한의 지도자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구조화된 상황에서 김정은을 보필하며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김여정의 능력은 권력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 10일 공개 연설 당시 긴장한 것으로 비춰졌는데 이는 평창 올림픽 때 매우 침착하고 편안해 보였던 그의 모습과 상반된다고 지적하며 “그녀는 세계적으로 대다수가 평화를 애호한다는 것과 (평창 올림픽에 북한 측이 참가한 것은)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 나뭇가지를 시사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차 석좌는 이어 “지금까지 김여정은 주로 북한의 외교 정책에 대한 발언을 하며 특히 적대국인 한국과 미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보이는 반면 국내 정책에서 그의 역할은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차 석좌 : (김여정이) 미국과 한국에 욕설을 퍼붓는 것은 일종의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려는 그의 의도를 말해줍니다. 이는 김정은과 김정일을 포함해 자신도 군사적인 (경험이 없어) 능력이 없기 때문에…이를 메우려는 노력으로 보입니다.
미 연구기관 로그 스테이츠 프로젝트(Rogue States Project)의 해리 카지아니스 대표는 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여정은 그의 오빠 김정은과 매우 가까운 사람이며 북한 내에서 김정은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여정은 여성들이 북한 사회에서 더 나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등 북한 사회를 재구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그의 권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것이며 김정은이 사망한다면 그녀가 정권의 2인자로서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기자 서혜준,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