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면 원유공급 재개” 북러 공생관계 강화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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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러시아가 북한이 요구할 경우 원유와 석유제품 공급을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의 지지를 잃은 러시아와 강력한 유엔 제재로 고립된 북한 간 공생관계가 앞으로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한과 중국 등을 담당하는 러시아 외무부 제1아주국의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국장은 7일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코로나 이후 중단됐던 대북 원유 및 석유제품 공급을 재개할 준비가 됐다”면서 “북한 파트너들이 상품 거래를 재개할 준비가 되면 상응하는 양만큼의 원유와 석유제품 공급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게오르기 국장은 북한과 교역을 재개할 경우 공급할 원유의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북한은 코로나 대응 조치의 일환으로 2020년부터 러시아 에너지 자원과 다른 상품 수입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실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매달 발표하는 각국의 대북 원유 및 정제유 수출 현황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0년 8월 북한에 255배럴, 32톤의 정제유를 수출한 이후 현재까지 매월 공급량을 ‘0’으로 보고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연간 북한에 공급할 수 있는 원유와 정제유를 각각 400만 배럴과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북한에 원유와 정제유를 공급한 나라에 매월 대북 공급량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러시아의 대북 원유 수출 재개 움직임은 앞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할 포탄과 로켓 등 대규모 무기 구매를 위해 북한과 접촉 중인 정황이 미국 정보당국에 의해 포착된 뒤에 나온 것으로, 양국 간 공생관계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미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미국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의 수 김 정책 분석관은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절실한 두 나라(북한과 러시아)가 각자 부족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있다”며 “두 나라가 벼랑 끝으로 더 내몰린다면 필요에 따라 두 나라의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We are seeing two desperate countries cooperating with each other to address their respective “deficits”. should both countries be further pushed to the brink, we may see greater cooperation between the two nations on a need-basis.)

김 분석관은 구체적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있으며 아마도 다른 나라들이 전쟁에 사용할 무기와 포탄을 조달해주길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은 석유 공급 부족 등 심각한 경제적 도전에 시달리고 있기에 북한 정권은 아마도 이러한 물자(원유와 석유제품)을 매우 필요로 하고, 러시아는 북한산 포탄을 받는 대가로 이를 기꺼이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Russia, as we know, has not exactly been flourishing and winning its war against Ukraine, and is probably looking to other countries to source additional weapons and artillery for the war. North Korea, on the other hand, suffers from severe economic challenges, including oil supplies. So the DPRK regime is probably in great need for these supplies, and Russia is willing to provide in exchange for, presumably, DPRK artillery.)

미 워싱턴DC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가론(Troy Stangarone) 선임국장도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에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을 재개하려는 러시아의 의지가 심상치 않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북한 군수품에 의지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는 러시아가 유엔 대북제재를 준수하고자 하는건지, 아니면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제재 이행을 포기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습니다. (Russia’s willingness to resume shipments of petroleum and petroleum related products is not out of the ordinary. In the context of reports that Russia is turning to North Korea for military supplies to support its war in Ukraine do raise questions about whether Russia intends to stay within the confines of UN sanctions or has abandoned any pretense of enforcing them as it deepens ties with North Korea.)

이와 관련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도 지난 3월 북한이 서방 제재로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산 원유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가 안보리 제재를 무시하고 더 많은 양을 북한에 공급할 수도 있다며 북한이 제재 이전 수준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재개할 경우 북한 경제에 경기 활성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이 매체는 전망했습니다.

원유 수입에 따라 비료나 원료 생산이 늘면 농업과 공업 생산도 증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상임대표는 7일 스푸트니크 통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북한산 무기 구매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 없다”며 “또 다른 가짜 뉴스가 유포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부인했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북한산 무기 구입과 원유 수출과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7일 오후까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습니다.

기자 조진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