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북한 측에 이산가족 상봉을 공식 제안한 가운데 미국 내 민간단체들이 국무부에 재미 한인들의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북한 여행금지 규정 해제를 요청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민간기관과 대북지원단체들은 지난 6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앞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부터 매년 갱신된 미국인의 북한 여행금지 규정을 해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했습니다.
서한 발송자에는 미국의 여성평화운동단체 위민크로스DMZ(Women Cross DMZ)의 크리스틴 안 사무총장을 비롯해 대북지원단체인 미국친우봉사단(AFSC)의 조이스 아즐러니 사무총장, 박기범 재미한인의사협회 북한 담당 국장 등 총 12명이 포함됐습니다.
이들은 2017년 8월 트럼프 전 행정부가 처음 제정한 미국인 북한 여행금지법이 올 8월 23일 다시 갱신된 데 대해 유감을 표했습니다.
이들은 북한 여행금지법을 해제해야 하는 이유로 우선 재미 한인들과 이들의 북한 거주 가족들 간 상봉을 들었습니다.
서한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전 “수십 년간 북한 내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재미한인들이 상봉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많은 1세대 재미 한인들의 고령화로 이산가족 상봉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서한은 또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북 간 인적 교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북한 여행금지법은 미국인의 이동 자유를 금지하는 유일한 조치로 불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여행금지 해제를 통해 민간 단체들 간 인적 교류가 가능해지면 미북 양국 간 신뢰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현재 북한 여행금지 조치로 대북 인도주의 단체들의 활동이 중단돼 북한 내 취약한 주민들에게 필요한 구호품을 전달하고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오랜 기간 북한에서 인도주의 사업을 벌여온 미 지원단체들이 미북 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소통 창구 역할을 해왔다는 설명입니다.
현재 국무부에서는 인도주의 단체 및 적십자 직원, 언론인 및 국익을 위한 활동가들에게 방북을 허용하고 있지만 신청 절차 등이 까다로와 대부분 대북지원단체들이 면제 승인을 받긴 어려운 실정이라고 서한은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8일 담화를 통해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조속히 개최하기 위해 회담을 북한에 공식 제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권영세 장관 :남과 북의 책임있는 당국자들이 빠른 시일 내에 직접 만나서 이산가족 문제를 비롯한 인도적 사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안한 것은 처음입니다.
이와 관련해 재미이산가족상봉추진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이규민 회장은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국 정부의 이번 발표가 ‘매우 좋은 소식’이라며 반겼습니다.
이 회장은 그러나 미 국무부 측으로부터 재미한인들의 이산가족상봉 추진에 대한 새로운 소식은 전달받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미 연방 의회 내에도 재미한인 이산가족 상봉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습니다.
지난해 7월 하원에서 발의된 미북 이산가족상봉법안(H.R.826)은 하원을 통과한 후 상원의 투표를 기다리고 있고, 지난해 8월 상원에서 내놓은 한국전 이산가족상봉법안(S.2688)은 발의 이후 별다른 진전 없이 상원 외교위에 계류 중입니다.
한편 미국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는 지난 2017년 6월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 억류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난 뒤 엿새 만에 숨진 사건을 계기로 시작됐습니다.
기자 김소영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