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스트리아 빈에 본부를 둔 비영리단체 ONN(Open Nuclear Network) 분석가이자 미 북한전문매체 '38노스'의 비상임연구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민영(Rachel Minyoung Lee) 연구원은 북한 김정은 총비서가 북한 사회의 변화에 맞춰 정권의 선전전략을 진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서혜준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북한 김정은 총비서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가운데 경제 발전에 주력하고 있는데 경제에 초점을 맞추는 특별한 이유와 이로 인한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민영 연구원 :북한의 경제 정책기조는 새로운 것이 아니고,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지난 몇 년간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중앙통제를 강화해 온 북한의 정책과 일치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가 목격한 추세는, 특히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해 2020년 초 국경을 봉쇄한 이후 북한이 경제에 대한 중앙통제를 강화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국가 자원 관리, 시장 활동 제한, 무역 경로 제한 등이 있습니다. 여하간 강화된 중앙통제는 김정은의 경제 개혁 구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김정일도 과거 '7.1 경제관리개선 조치'라고 불리는 비슷한 시도를 했고 김정은이 시행하고 있는 많은 개혁들은 사실 2002년 김정일이 하려고 했던 것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관측된 북한의 동향 중 하나는 북한이 미국과의 장기 대결 준비에 나서면서 전 부문에 걸쳐 제한을 더욱 강화한 것입니다. 그리고 혹독한 환경에서 오랫동안 이같은 태도를 고수하면서, 문제해결을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북한의 경우 국민의 이념적 순수성과 단합을 추구하고 국가자원이 어디로 가는지 더 잘 파악하고, 개별 경제단위가 당 경제정책을 준수하며 국가 경제정책과 일치하도록 하는 것이 잠재적으로 불확실성으로부터 오래 살아남기 위해 더욱 중요진 겁니다. 또 김정은이 경제에 치중한 이유는 김정일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았을 때 경제 상황은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시 북한 원화 평가절상이란 실패의 여파를 겪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그에게 민생 개선과 경제 개선이 정책적 우선순위가 되어야 했다고 봅니다.
기자 : 최근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김정은이 일기예보 등 더 실용적이고 현실을 반영한 선전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는데 경제정책도 같은 맥락에서 선전전략이라 보시나요?
이민영 연구원 :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메시지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김정은이 들어선 후 북한이 더 실용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평가합니다. 이는 어떤 식으로 북한을 칭찬하거나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몇 년 동안 제가 관찰한 것을 말하는 겁니다. 김정은은 실패와 실수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더 나은 방향이 있었다는 것을 명확히 할 겁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북한 사회가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북한이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북한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변화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한이 선전에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사실은 사회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말해줍니다. 예를 들어 김일성을 신에 비유하는 등 전에 사용했던 오래된 선전전략에 북한 주민들이 설득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채고 북한 매체에서도 이제는 이 선전을 그다지 내세우지 않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정보를 제시하는 방식에서 속도가 상당히 향상됐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또 관리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으로 알려져왔고, 개선이 필요할 때 김정은은 공개적으로 말할 겁니다. 이런 부분에서 저는 북한이 실용주의적이고 투명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를 통해 북한이 한 사회로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볼 수 있고, 정권은 그러한 변화에 적응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이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건, 시대에 따라 선전전략이 진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이런 가운데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 및 로켓을 판매한다는 것과 북러 철도 화물 운송이 이달 재개될 예정이라는 보도도 나오면서 두 나라의 관계에 주목하게 되는데, 양국 관계가 가까워지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보십니까?
이민영 연구원 : 우려스럽습니다. 북한의 러시아와의 연계는 미국과 역내 다른 나라들에 분명히 큰 도전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의 대러시아 정책은 중국이나 러시아와 연계하지 않았던 30년 외교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한 시사점은, 한반도 비핵화 전망에 분명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최근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은 핵무력 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했습니다. 이건 북한의 대외정책 측면에서도 비확산체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겁니다. 그래서 저는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다시 협상장으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협상장으로 복귀해야 미북 양측이 타협점을 찾을 수 있지만 김정은이 8차 당대회에서 밝힌 5개년 국방 발전 계획에서 충분한 진전을 이룰 때까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특히 현재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열을 이용해 그러한 전선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고, 중러가 북한에 추가 제재를 가하는 대신 (이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김정은은 미사일 시험 및 추가 핵실험을 대담하게 강행할 명분을 얻었습니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안전 보장을 위해 미국과 거래가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협상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하노이 정상회담 때와 비교해 합의 조건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상당히 분명히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이 회담장으로 돌아올 때, 훨씬 더 어려운 협상 과정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앵커 :지금까지 '38노스'의 이민영 연구원과의 인터뷰였습니다. 대담엔 서혜준 기자였습니다.
기자 서혜준,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