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려항공 여객기 시험 운항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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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코로나로 중단했던 고려항공 여객기를 2달 만에 재차 운항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이번 운항을 두고 코로나 백신이나 원조식량 수송, 국제선 항공편 운항 재개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실시간 항공기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FlightAware)에 따르면 고려항공 투폴레프-204 여객기(Tupolev Tu-204-100B, 등록번호 7277A9/ P633)가 13일 오전 9시52분 이륙해 11시41분 착륙할 때까지 1시간49분 비행했습니다.

또 다른 실시간 항공기 추적 웹사이트인 ‘에이디에스비익스체인지’(adsbexchage)와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에서도 고려항공 투폴레프-204 여객기의 운항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 여객기가 이, 착륙한 공항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356노트(kt)의 속도로 함경남도 함흥시 인근 지역에서 2만5천425피트(ft) 상공을 비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고려항공 여객기가 항적 신호(ADS-B)를 켜고 비행한 것은 2달 만입니다.

플라이트레이더24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제공한 2020-2022년 북한 여객기 운항 자료에 따르면 고려항공 여객기는 가장 최근이었던 지난 7월14일 2년 만에 처음으로 항적 신호를 켜고 평양 순안국제공항을 이륙해 30여분 간 비행했습니다.

북한은 코로나가 전 세계로 확산하던 지난 2020년 1월 말부터 외부와의 교류를 차단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는 국제선 항공편 운항을 원칙적으로 중단했습니다.

이번에 항적이 포착된 투폴레프-204 여객기는 북한이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국제선 운항을 중단하기 직전까지 평양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왕복 노선에 투입했던 항공기입니다.

북한이 최근 코로나 종식을 공식 선언한 만큼 이번 운항이 평양-블라디보스토크 노선 재개를 염두에 두고 여객기 점검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 보잉 777조종사 출신인 에드 콘디트는 지난 7월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와 인터뷰에서 “장시간 운행하지 않은 투폴레프-204 여객기에서 북한이 심각한 고장을 확인한 뒤 이를 수리하고 시험비행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다만 13일 오후 현재 고려항공 웹사이트에 비행시간이나 운항재개 관련 공지 등이 공개되지는 않았습니다.

또 앞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최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왁찐(백신) 접종을 책임적으로 실시하는 것”과 함께 11월부터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백신 등 방역용품을 수송하기에 앞서 비행기를 점검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됩니다.

나기 샤픽 전 유니세프 평양 사무소 보건담당관은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백신을 도입할 것이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실제 올해 5월 북한 당국이 주민 가운데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사실을 처음 공표한 뒤 중국으로부터 의약품을 받기 위해 수송기 3대가 중국 랴오닝성 선양을 오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울러 최근 인도의 한 민간경제단체에 곡물지원을 요청할 정도로 식량사정이 심각한 북한이 대북 원조 식량를 수송하기 위해 여객기를 점검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됩니다.

한편 플라이트레이더24가 자유아시아방송(RFA)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여객기는 2020년 1월4일과 7일 베이징과 평양을 오간 JS151편과 JS152편, 같은 해3월9일 평양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간 JS271편과 JS272편 등 지난 2년 9개월 동안10차례만 운항했습니다.

다만 플라이트레이더24는 북한 항공기를 감지하는 것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추가 항공기가 존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I will note that our coverage in North Korea is limited, so I can't rule out additional flights that we did not detect.)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북한의 유일한 민간항공사인 고려항공사가 항적 신호를 켜고 운항한 항공기는 T204 여객기 2대와 T154 1대, T134 1대, IL76 1대, IL62 3대, A148 2대 등 총10대 입니다.

이번에 항적이 발견된 여객기는 러시아의 항공 설계국인 투폴레프에서 만든 최신예 항공기 중 하나로 최대이륙중량 100톤, 최대탑승 정원은 200인승, 항공 거리는 6천 킬로미터(km) 입니다.

북한은 이 여객기를 2009년 도입했으며 2014년 아시안 게임 때 한국 인천국제공항으로 선수단을 수송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자 조진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