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북한이 각 도, 시, 군 당위원회 청사에만 있던 간부 신소함(간부 비리 신고함)을 모든 공장 기업소에 확대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생활고로 이반된 민심을 다잡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15일 “그제 흥남제약공장 정문에 ‘간부 신소함’이 새로 설치되었다”면서 “공장 정문에 간부 신소함이 설치되기는 처음있는 일이다”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금까지 간부 신소함은 중앙당 조직지도부 산하 각 도, 시, 군 당위원회 신소과가 자리한 청사에만 있었다”면서 “간부 신소함이 공장 기업소에 설치된 것은 간부 신소체계를 확대 강화한 것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 같은 조치는 특권을 내세워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인민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는 간부들을 신소하는 체계를 강화하라는 중앙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간부 신소함이 공장정문에 설치되면서 노동자들은 이제부터 간부를 신소하기위해 시 당 청사까지 발품을 들여 찾아갈 필요가 없으며 임의의 시간에 공장 신소함에 신소편지를 넣으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장 기업소의 신소함에 신소편지가 쌓이면 공장 당위원회 통보지도원이 시 당위원회 신소과에 올려보내고, 다시 시 당 신소과는 도 당 신소과를 거쳐 중앙당 신소처리 부서로 올려 보낸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같은 날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어제 덕천자동차연합기업소 당 조직에서 당위원회 청사 한 곳에만 설치되었던 간부 신소함을 각 공장 기업소 정문 밖에 설치하도록 조치하였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북한 기업소는 특급부터 5급까지 있는데 연합기업소는 특급기업소로 신소과가 있다며 연합기업소는 중앙기업으로 군급 신소과를 공장에서 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특급기업소인 연합기업소는 원래 시, 군 급으로 분류되어 기업소 당위원회 신소과가 운영되고 있었으나, 노동자들이 간부들의 비리를 신소하려면 연합당위원회 청사까지 이동해 신소편지를 넣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그런데 간부 신소함이 공장노동자들이 출퇴근할 때마다 지나게 되는 정문에 설치되어 누구나 간부들에 대한 불만을 편지에 적어 신소함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당국이 갑자기 주민들에게 직권을 남용해 뇌물을 뜯어내는 간부들의 부정부패 비리 행위를 신소하라고 장려하고 나선 것은, 코로나 사태 이후 극심한 생활고로 인해 체제에 등을 돌리는 주민들이 늘어나는 것과 더불어 간부들의 비리로 인한 민심이반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번 간부 신소체계 강화조치는 민심 달래기에 불과하다며 불만스러워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소편지에는 신소자의 성명과 직업, 주소 등을 기재해야 하는데, 주민들이 간부의 비리를 편지에 적어 신소함에 넣으면 해당 간부와 결탁되어 있는 군당 신소과 과장이 신소내용을 깔아뭉개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간부를 신소한 해당 주민의 인적사항을 추적해 여러 가지 구실로 장사 코투리 잡아서 단속하는 등의 보복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 형식에 불과한 간부 신소체계는 있으나 마나 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