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이달 초 '핵무력정책법령'을 채택한 가운데 노농적위군(예비군) 지휘성원회의(8월 말)를 개최한데 이어 전국의 공장, 기업소들의 방공호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남도의 한 기업소 간부 소식통은 19일 “요즘 전국적으로 각 공장, 기업소에 설치되어 있는 방공호(비상대피소)에 대한 검열(점검)이 진행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얼마전에 진행된 노농적위군 지휘성원회의에서 자기 부문과 지역, 자기 단위와 초소를 난공불락의 보루로 갖출 데 대한 문제가 강조되었다”며 “이번 검열은 당의 민방위정책 관철을 위한 전쟁준비 완성과 향토보위를 위한 사업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지난 8월초 남조선과 미국의 합동(연합)군사훈련이 진행되는 것과 관련해 중앙당 민방위부가 하달한 지시문에 각 기관, 기업소들이 방공호를 잘 갖추는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군당 민방위부와 군안전부가 합동으로 방공호 수용능력, 내부 조명 상태, 3방송(내부용 유선방송) 설치 상태, 방공호의 견고성 등을 살피고 있다”며 “대부분의 공장, 기업소들에 이미 방공호가 갖추어져 있지만 종업원 모두가 대피할 정도가 못되는 것은 물론 방공호의 안전성도 너무 허접한 상태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민방위부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기에 가끔씩 방공호 상태에 대한 검열을 진행해 각 공장, 기업소들이 방공호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정비하도록 통제하고 있다”며 “이번 검열은 제6차 노농적위군 지휘성원회의가 끝나고 진행되는 검열이므로 낙후한 평가를 받은 기관 기업소 지배인과 초급당비서들은 단단히 혼이 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8일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정책법령’을 채택됐다며 방공호 검열은 한미연합훈련 등 과거 미북관계가 경색됐을 때 주로 실시됐지만 이번 검열은 이번 법령 채택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8일 당시 김정은 총비서는 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의 궁극적인 목적은 북한 정권 붕괴라며 북한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천명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양강도 운흥군의 한 주민 소식통도 같은 날 “우리 공장도 지난주에 방공호 준비 상태를 검열 받았다”며 “명칭은 방공호이지만 대피시설로서 필요한 준비를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공장에 방공호가 총 2개가 있는데 크기가 작아 120명 되는 종업원의 절반정도밖에 들어갈 수 없다”면서 “방공호 지붕이 내려앉고 출입문이 떨어져 나간 지도 오래지만 계속 방치해 두다가 이번 검열을 앞두고 인원을 동원해 새로 꾸렸다”며 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방공호라고 해야 12㎡ 면적의 땅을 1.5m 깊이로 파고 그 위에 얼기 설기 목재를 놓고 마대 같은 것을 편 다음 30~40cm 정도 두께로 흙을 덮은 것인데 낮은 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장마철이면 내부에 물이 고여 흙으로 된 벽이 계속 무너져 내린다”며 “위에서 검열을 내려올 때마다 부랴부랴 방공호를 정비하느라 노동자들만 고생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아래 실정을 뻔히 아는 민방위부 간부들도 방공호 상태가 정 한심하지 않으면 식사대접을 받거나 담배 몇 갑을 받고 무마해주기도 한다”며 “반토굴집에 불과한 수준의 방공호를 만들어 놓고 전쟁준비를 완성했다고 하니 웃음이 나올 뿐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소식통은 전국적으로 왠만한 규모의 공장기업소에는 대부분 방공호들이 있지만 군수공장에는 방공호가 비교적 잘 꾸려져 있다면서 특히 자강도에 군수공장이 밀집해 있어 그 지역에 방공호가 더 많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일각에선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최근 전쟁 분위기를 띄우는 것은 최근 한미 양국이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를 개최하고,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나 핵추진 항공모함을 인도∙태평양 지역에 전개시키는 상황 등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