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 가상자산 탈취’ 공조 앞서 특수성 이해해야”

비트코인과 컴퓨터 합성사진.
비트코인과 컴퓨터 합성사진.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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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제재 회피를 위해 암호화폐 탈취 등 첨단기술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한미가 이에 대응하려면 사안의 특수성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김소정 책임연구위원이 ‘북한의 가상자산 탈취 대응을 위한 한·미 협력 고려사항’을 주제로 낸 보고서.

김 책임연구위원은 올해 들어 북한의 가상화폐 자산 탈취, 탈취한 자산에 대한 자금세탁, 그리고 해당 자금이 핵무기 개발에 투입되고 있을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라자루스' 등 해킹집단을 직·간접적으로 운영하면서 해킹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를 새로운 자금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특히 탈취한 금액의 3분의 1 이상을 미사일 개발에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입니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탈취와 돈세탁이 상대적으로 쉬운 가상화폐 특성상 이 같은 악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과 UN 등 국제사회 주요국들의 적극적인 대응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이 같은 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법 제정과 행정명령 발효, 실무부서의 제재조치 시행 등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어 한미 공조 대응은 필수적이지만, 전통적인 제재 회피 수단과는 다른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선 한미 양국이 북한 측 사이버 범죄 역량과 위협에 대한 평가에서 공통적인 시각을 갖고, 상호 이해에 기반한 협력이 가능하도록 하는 환경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또 지난 5월 한미 정상이 만나 북한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합의한 것을 언급하며, 이 같은 노력을 구체화하기 전에 몇 가지 선행돼야 할 조치들을 제시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익명성이 전제된 사이버 환경에서 법집행활동이 갖는 한계 인식, 북한의 언어적·문화적 특수성으로 인해 나타나는 한미 간 정보불균형 극복, 사이버공격 및 자산 탈취 대응을 위한 효과적인 제재 시행 등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또 국제사회로 범위를 넓히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측 사이버 공격에 대응할 때 사용했던 기술을 참고해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앞서 한미일 3국 북핵수석대표는 지난 7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면서 암호화폐 탈취 등을 통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 조달을 차단하는 데 힘쓰기로 한 바 있습니다.

한국 국회에서도 금융당국이 최근 확인한 외화송금 거래에 북한과 관련된 자금이 포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지난 11일): 북한 해킹 그룹 전자지갑에서 한국 내 가상자산거래소로 약 749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이 유입됐다는 자료를 받았습니다. 최근 해외송금이 불법으로 17조 가까이 이뤄졌다고 하는데 해외송금이 무슨 돈으로 이뤄졌는지 (그동안) 잘 몰랐다는 것 아닙니까?

미국의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는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과 연계된 해커 조직들이 올해에만 10억 달러의 암호화폐를 훔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같은 달 한미는 북한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실무그룹 회의를 열어 공조 방안을 논의하는 등,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으로 떠오른 암호화폐 해킹 차단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