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업체, 중국 내 북 노동자 생산 의류 판매”

의류 임가공 작업을 하고 있는 평양의 애국모란피복공장 근로자들.
의류 임가공 작업을 하고 있는 평양의 애국모란피복공장 근로자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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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캐나다의 유명 의류업체들이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중국 업체가 제조한 의류를 판매하고 있어 북한 정권에 간접적인 자금 조달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캐나다 언론 CBC는 과거 선적 기록을 조사한 결과 캐나다 전역에 800여개의 매장을 둔 캐나다 최대 여성의류 유통업체, 라이트만스(Reitmans)와 또 다른 캐나다 유명 의류업체 와이엠(YM)이 중국 단둥에 위치한 화양섬유·의류공사(Dandong Huayang Trading Co.,Ltd.)로부터 제품을 납품받았다고 5일 보도했습니다.

단둥 화양의류공사는 단둥 지역의 다른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임금이 저렴한 북한 노동자들을 불법 고용한 곳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2020년부터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곳 북한 노동자들이 받는 급여의 대부분은 북한 정권으로 들어갑니다.

미국 정부는 이를 ‘현대판 노예’라고 비판하며, 올초 화양의류공사 제품의 미국 선적을 금지했습니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관세국경보호청의 에드워드 폭스(Edward Fox) 항만 부국장은 CBC에 “북한 ​​주민들이 공장에 억류돼 강제 노동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며 “미국 수입업체들은 북한 주민들의 강제 노동 사실을 부인했지만 제출한 서류 불충분으로 결국 미국으로 선적이 거부됐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해관총서 자료에 따르면 화양의류공사는 2014년 북한 노동자 고용에 대한 시범 프로그램을 시행한 단둥 지역 업체 중 하나입니다.

해당 업체는 CBC에 “불법 북한 노동자가 없다”며 “북한 노동자 고용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CBC 취재진이 올 여름 단둥 화양의류공장 인근에서 잠복하며 대화를 나눈 공장 직원들은 당시 많은 북한 노동자들이 여전히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 역시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코로나 19(코로나비루스)로 지난해 1월 임시 중단됐던 단둥 내 의류공장들이 그해 4월 초부터 재가동되면서 북한 노동자들이 다시 투입됐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CBC의 보도 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북한인의 해외 노동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에 위반됩니다.

특히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수입이 북한 정권의 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자국 내 북한 노동자들을 2019년 12월까지 본국으로 돌려보냈어야 하지만 실제 이행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 19로 지난해 1월 말부터 북중국경이 봉쇄되면서 해외에 파견됐던 북한 노동자들의 송환이 더욱 지연되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William Brown)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노동자 송환 등 유엔 대북제재 이행은 강제성이 없어 집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최근 대북제재 완화를 재추진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를 철저히 이행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브라운 교수: 제재이행은 모두 자발적입니다. 중국, 러시아는 처음 대북제재 결의에 찬성했지만 거부권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유엔 안보리에 제출된 중국, 러시아의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에는 북한 노동자 본국 송환 규정을 폐지하자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한편 이번 CBC 보도와 관련해 캐나다 정부와 화양의류공사로부터 제품을 납품받은 캐나다 의류업체들은 자유아시아방송(RFA) 논평 요청에 5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기자 김소영,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