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굳게 잠긴 북한 국경을 다시 열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소독시설과 야적장이 아직 가동하지 못하는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보도에 홍알벗 기자입니다.
미국의 민간연구기관인 CSIS, 즉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14일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은 아직 소독시설 작동을 위한 준비가 끝나지 않았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최근에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즉 신종 코로나비루스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과의 국경을 폐쇄한 지 16개월이 지난 지금, 주요 교역 상대국과의 무역 재개를 위한 북한의 노력이 지연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 근거로 이 보고서는 우선,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 국경선을 따라 화물운송 소독시설을 짓는 사업이 2021년 초에 시작됐지만 미완성 상태이고, 곳곳에서 아직도 소규모의 소독시설 설치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의주 비행장으로 불리는 의주 공군기지의 경우
중국에서 열차로 들여 온 교역 및 지원 물자를 쌓아놓는 컨테이너 야적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2021년 초부터 공사를 시작했지만, 11월 12일 현재 가장 최근의 위성사진에서는 가동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당초 개통 계획보다 최소 6개월 이상 지연됐다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이 의주 비행장은 지난 6월 말,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직접 방문해 방역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크게 질책한 곳으로도 알려졌습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14일, 보고서와 관련해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와의 인터뷰에서 “봉쇄 기간과 전염병 확산방지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북한 당국의 성향은 (평양이) 바이러스 전파를 얼마나 두려워하는지를 반영한다”면서"그런 맥락에서 검역 시설을 만들려는 이러한 노력은, 더 이상 폐쇄된 상태를 유지할 수 없는 북한이 일정 수준의 무역을 개방하기 위해 얼마나 필사적인지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달 1일, 평안북도 무역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간부 소식통을 이용해 31일 “지난 20일 각 무역기관에 11월부터 중국 단둥에서 평북 의주로 연결된 철도를 이용해 무역을 공식 재개하라는 중앙의 지시가 하달되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또 지난 12일, “이달 초 북한에서 견인차 2량의 열차가 철도보수대와 평양에서 파견한 긴급물자지원 요청을 위한 비공식대표단을 태우고 다리를 건너 중국으로 넘어 왔다”면서 “이 대표단은 단동에 도착하자 마자 선양 북 총영사관 단동지부에서 중국 관리들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보고서는 코로나19 백신의 부재와 황폐한 의료 기반 속에서 국경 폐쇄로 인한 물가 상승, 연료 매장량 고갈, 그리고 기본 공급 부족으로 북한이 엄청난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가장 최근 인공위성사진 분석처럼 의주 비행장 주변에서도 포장도로 및 창고 건설을 포함한 상당한 시설 변화가 관측되고 있는만큼 당장 운영은 안되고 있더라도 향후 북한과 중국 간의 수출입 물량 증가를 뒷받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자 홍알벗,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