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종섭 한국 국방부 장관은 아세안(ASEAN), 즉 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을 상대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견인하는데 협력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제9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참석을 위해 캄보디아(캄보쟈)를 방문 중인 이종섭 한국 국방부 장관.
24일 한국 국방부에 따르면 이 장관은 현지 시간으로 23일 열린 회의에서 북한 핵 포기를 위한 아세안(ASEAN), 즉 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의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아세안 국가들에게 한국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화 및 안정을 위한 정책 방향을 소개하면서, 최근 이어진 북한의 도발을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포함한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7차 핵실험 준비가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기반으로 ‘힘에 의한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담대한 구상’을 통해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에 나설 수 있도록 대화의 문을 열어뒀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 핵·미사일 도발이 지속되면 한반도 안보가 더욱 불안해질 것이며,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견인하기 위한 지지와 협력을 당부했습니다.
이에 미국과 일본, 호주(오스트랄리아), 뉴질랜드, 필리핀 등 회원국 대표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정면 위반이자 국제 안보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탄했습니다.
이 장관은 회의를 계기로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도 만났습니다.
한국과 중국 국방 수장이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양자 회담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만난 것으로, 양 장관은 이날 약 1시간 10분 동안 한반도와 지역 안보 정세 관련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이 장관은 북한의 위협과 관련해 “북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가 한미동맹의 군사 연습과 미국의 위협에 대한 대응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타당하지 않다”며 북한이 지난 수년 동안 남북·미북 대화가 진행되던 시기에도 은밀하게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신형 미사일 개발과 ICBM 발사, 핵실험 준비는 북한 당국이 밝힌 국방력 강화계획에 따른 것으로, 외부 위협 때문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책임 전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문홍식 한국 국방부 대변인 직무대리: 많은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이 행한 일련의 도발이 이전에 발표한 국방력 강화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의 주장에는 전혀 타당성이 없고, 현 상황의 책임을 외부에 전가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장관은 또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확대가 한미·한미일 및 국제사회의 압박과 결속력 강화를 초래할 뿐이며, 북한이 이를 통해 결코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대화로 나오도록 중국 측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에 웨이 부장은 중국도 한반도에서의 긴장 고조와 불안정을 결코 원하지 않으며,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 지속해서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왔다면서 당사국 간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더는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화와 협상으로 전쟁이 조기에 종식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양측은 지난 15일 G20, 즉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상호존중과 호혜, 공동이익에 입각해 양국관계를 더욱 성숙하게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공감이 이뤄진 점을 재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전쟁 격전지로 꼽히는 장진호 전투 72주년 추모식이 이날 오후 서울에서 거행됐습니다.
이날 추모식에는 폴 라카메라 한미연합군사령관과 브라이언 월포드 주한 미해병대사령관, 박민식 한국 국가보훈처장과 김계환 한국 해병대부사령관, 한미 해병대 장병 등 2천5백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박 처장이 대독한 추모사에서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이 바탕이 된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공고하다”며 “한미가 빈틈없는 공조로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고 있고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도 바이든 대통령과 고도화되어가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확장억제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영웅을 제대로 예우하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길”이라며 “한국은 자유민주주의를 목숨으로 지켜낸 장진호 전투 영웅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1950년 말 2주 동안 함경남도 장진호 부근에서 벌어진 ‘장진호 전투’는 미 해병 1사단이 한국 군과 함께 중공군 포위망을 뚫고 함흥으로 철수하는 데 성공한, 당시 중공군에 큰 타격을 입혀 남하를 지연시킨 작전입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