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유럽 국가들에 갚아야 할 빚과 이자가 매년 늘고 있지만 여전히 상환 촉구에는 묵묵부답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빚을 갚지 않고 있는 유럽 국가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나라는 스웨덴(스웨리예)입니다.
스웨덴 무역보험기관(EKN)이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북한의 채무액은 28억3천5백 만 스웨덴 크로나(미화 약 2억5천5백 만 달러)입니다.
이는 지난 2017년 말 27억7천1백만 스웨덴 크로나과 비교해 4년 동안 6천400만 스웨덴 크로나가 증가한 것입니다.
말린 알름 케렌츠(Malin Alm Gerentz) 스웨덴 무역보험기관 언론담당은 “원래 북한이 상환해야 할 부채는 600 스웨덴 크로나였지만 많은 세월이 지나면서 증가했다”며 “마지막 상환(3천 만 스웨덴 크로나)이 이뤄진 1989년 이후 정기적으로 북한에 부채를 상환하라는 통지를 보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갚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북한의 부채가 곧 상환될 것 같지 않다”며 “북한이 세계무역에 참여하기를 원할때 부채를 갚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North Korea has not paid off its debts. The last payment (SEK 30 million) was made in 1989. It is not likely that the debt will be paid soon. It is likely to assume that the debt will be paid when North Korea wishes to participate in global trade.)
북한은 앞서 1974년 스웨덴으로부터 볼보 자동차 1천 대 등 1억3,100만 달러 상당의 물품을 수입했지만 대금을 갚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스위스에도 2억 달러 이상의 빚을 갚지 않고 있습니다.
스위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연방정부 기관인 국가경제사무국(SECO)이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힌 북한의 부채(2021년 말 기준)는 2억1천6백 만 스위스 프랑(미화 약 2억1천7백 만 달러)에 달합니다. (North Korea's debt towards Switzerland amounted to more than 216 million Swiss francs as of the end of 2021 and is due.)
북한의 부채는 2018년 말 기준, 2억 1천 260만 스위스 프랑이었지만 3년 사이 340만 스위스 프랑이 증가한 것입니다.
파비안 마이엔피쉬(Fabian Maienfisch) 스위스 국가경제사무국 부대변인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아직 채무를 상환하지 않았다”면서도 “기밀상의 이유로 공식적인 양자 채무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또 다른 유럽 국가인 핀란드와의 채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핀란드 수출보증공사(Finvera)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채무액(2021년 말 기준)은 3천320만 유로(미화 약 3천270만 달러)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 2019년 ‘핀란드 개황’ 보고서에 명시된 북한의 채무액2천420만 유로와 비교했을 때 2년 만에 900만 유로가 증가한 것입니다.
북한은 1972년 핀란드 메텍스(Metex)사의 펄프와 판지기기를 1억 5천만 마르카(과거 핀란드 통화) 어치를 수입한 후 대금 일부를 1986년까지 상환했지만, 여전히 채무가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아우티 호마넨(Outi Homanen) 핀란드 수출보증공사 수석 고문(Senior Adviser)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아직 빚을 갚지 않았으며 언제 이를 상환할 것인지 알지 못한다”며 “미지급 채권이 있는 채무국(북한)에 정기적으로 연락해 미지급액을 통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일부 국가들과 부채상환을 위한 협정을 체결하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루마니아 재무부 공보실은 최근(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루마니아 정부에 미화 206만 달러 상당의 북한산 상품 수출로 채무를 상환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부채 탕감도 요청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루마니아 재무부 측은 "1989년 12월 31일 이전까지 이뤄진 대외 무역 활동 및 기타 대외 활동 등에 따라 발생한 북한의 부채는 지난 2002년 9월 20일 루마니아 부카레스트에서 열린 양국 간 협정을 통해 조정됐다"며 이같이 전했습니다.
재무부는 이어 “루마니아는 지속적으로 정치적, 외교적 협의를 통해 북한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기에 양국 합의사항은 존중되어야 한다”며 북한에 조속한 협정 이행을 촉구했습니다.
이외에도 북한은 영국과 오스트리아, 헝가리(웽그리아) 등에 부채를 상환하지 않으면서 그 규모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국제 채무 불이행과 관련해, 미국 뉴욕의 민간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조나단 코라도(Jonathan Corrado) 정책 담당 국장은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자신과 토마스 번(Thomas Byrne) 회장 명의로 전자우편을 보내 “북한은 채무를 관리하고 부채를 상환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들은 “북한이 (경제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민간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국가 신용도를 높여 세계 금융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며 “하지만 북한의 대외채무와 지불 기록은 국가 신용도를 발전시키려는 의지와 능력이 없음을 보여준다”며 이 같이 밝혔습니다.
이어 서방 국가에 대한 북한의 채무는 원금과 이자를 모두 고려하면 미화 30억~50억 달러로 추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Total debt to Western banks might amount to about $3-$5 billion, including principal and interest arrears.)
한편 스위스와 핀란드, 루마니아 주재 북한 대사관은 부채상환 계획이 있냐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의에 29일 오후까지 답하지 않았습니다.
기자 조진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