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당국이 연말을 맞으며 김일성·김정일기금에 대한 기부를 강압적으로 독려하고 있어 주민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이명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6일 “지난 3일 도, 시, 군 지역별로 올해 김일성-김정일기금 기부사업에서 모범을 보인 주민들에게 당위원회 책임비서들이 기금증서수여 행사를 진행하고 그 내용을 요란하게 선전하고 있다”면서 “기금 모금 사업에 자각적(자발적)으로 참여할 것을 호소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주민 모두가 무조건 참여하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해 행사를 요란하게 선전하는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중앙에서는 혁명의 성지인 금수산기념궁전(김일성,김정일 시신보관장소)을 지속적으로 보존,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을 인민들의 기부금으로 충당하는 것은 선대수령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해서라고 선전하고 있다”면서 “중앙에서는 기부금사업이 원칙과 어긋나게 강압적으로 내려 먹이거나 세외부담을 시키는 방법으로 하여 당의 권위를 훼손시키고 주민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말라고 말은 하지만 지방 행정기관 간부들은 기부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을 경우, 문책을 당하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기부금을 강압적으로 떠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중앙에서는 겉으로는 기금 기부와 관련해 모든 주민들이 충성심을 가지고 자각적으로 참여하도록 호소하라고 지시하지만 일선 행정기관 간부들은 예외없이 기부금 모금에서 강제성을 동반하고 있어 주민들 속에서 비판여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올해는 수년째 지속되는 코로나로 인한 경제난으로 김일성·김정일 기금모금에 많은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주민들 속에서는 2012년 12월에 시작된 기금모금 사업이 경제난의 지속으로 인민들이 생계난을 겪고 있는 지금까지 10년동안이나 계속되는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당국은 지난 2012년 12월부터 소위 김일성·김정일기금을 설립하고 주민대상 모금을통해 적립된 기금을 김일성, 김정일의 시신이 보관되어있는 금수산기념궁전의 유지보수 관리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민뿐 아니라 해외에 파견된 외화벌이 노동자, 무역대표, 식당종업원들에도 기부금을 할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수산기념궁전은 김일성 생전에는 김일성 주석의 관저인 주석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같은 날 “도, 시, 군 등 지방행정 간부들은 주민들이 모이는 기회 때마다 김일성·김정일기금 모금 사업에 양심적으로 참여하라고 독려하고 있다”면서 “기부금 모금사업에서 제외되는 대상은 학생들과 군대의 병사(군관들은 내야 함)들뿐이며 모든 주민은 많든 적든 모금에 참여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일부 간부들이나 돈주 등 형편이 나은 사람들은 거액의 기부금을 바치고 중앙당명의로 된 기부금 증서를 받게 된다”면서 “거액의 기부금증서는 개인 사업을 할 때 이를 제출하면 사업에 각종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고 가벼운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관대한 처분을 받을 수 있는 증명서로도 작용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기부금에는 원칙적으로 정해진 금액은 없지만 아무리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이라도 형식적으로 기부금을 바쳐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 본인은 기부금으로 10만원을 냈다면서 “지금과 같은 식량난과 생활난이 겹친 시기에 기부금을 강요하는 데 대해 주민 불만이 높지만 김일성·김정일기금과 관련해 딴 의견을 제시하다가 자칫 반동으로 몰릴 수 있어 주민들은 불만 표현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이명철,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