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뒤 '북한 내 경제 개혁'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자유로운 학술연구가 보장되지 않는 북한에서의 연구는 선전용이 많아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심재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내부에서 경제 변화를 위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분석은 아시아와 글로벌 경제(Asia and the Global Economy) 학술지 2023년 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년간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등에서 나온 연구 자료 3천 600여 건을 분석한 결과, 2012년 김정은 집권 뒤 경제 논문과 자료가 많아졌고, 실용적인 경제 연구가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정은 집권 전 연간 100~200건 정도 나오던 논문과 자료는 김정은 집권 이후 약 240~290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내용면에서는 2006~2007년 무역과 수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던 것에서 2015년 이후 ‘수출품 브랜드화’, ‘무역 다각화 전략’, ‘세관신고 절차’, ‘온실가스 배출 및 무역에 관한 국제협약’ 등 무역을 장려하는 논문들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2017년 유엔 대북 제재 강화 뒤 무역 관련 논문은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물가에 대한 논문은 김정은 집권 전 연간 0~5건에서 2015~2017년 사이 연간 8~9건으로 늘었습니다.
2012년 이전 연간 0~9건에 불과했던 금융에 관한 연구는 2015~2018년 연간 13~17건으로 급증했습니다.
미국 자본주의와 금융에 대해서는 2013년부터 중립적인 논문이 늘었고, 자본주의 경제에 대해 분석적인 접근 경향을 보였습니다.
2018년 게재된 ‘국제 금융 거래에서의 세무관리’를 주제로 한 논문도 눈에 띕니다.
특별 경제구역과 투자자에 대한 특혜조치, 경제특구에 금융기관 등이나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계획이나 전략 수립에 관한 연구들도 새로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제 개혁 연구는 당에서 지시하고 지도한 선전용 연구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북한 실상 파악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 선박무역회사 사장을 지낸 39호실 고위 관리 리정호씨의 아들로, 평양외국어학원과 중국 동북재정경제대학에서 공부, 무역을 하다 2014년 탈북한 이현승 글로벌피스재단 북한연구원은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논문과 현실은 크게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현승 연구원 :해외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유혹하기 위해서 선전식으로 연구하는 것입니다. 학자들이 본인 스스로 연구하는 게 아니라 당의 지시, 지도를 받아 논문을 내거든요. 어떻게 하면 해외투자자를 속여서 북한에 투자시키고 북한 정권이 돈을 벌 것인가지, 북한 주민들이나 북한 경제를 살리기 위한 목적이 아니거든요. 한국도 투자가 거의 다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개성공단 등 한국뿐 아니라 중국도 투자가 90% 이상 다 실패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발표하고 개방하지 않는 이상 그 어떤 논문이 나와도 북한 경제는 안됩니다.
그는 북한과 가까운 중국도 북한에 투자하지 않는 것을 보라며 북한 경제개혁은 현실과 먼 얘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이현승 연구원 : 투자를 가장 많이한 중국도 국가적인 투자를 안하고, 중국 정부 공식 입장은 기업들에게 북한 투자를 최대한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개혁개방 전까지는 북한에 대한 투자를 최대한 금지하라는 게 중국 지도부의 방침이었습니다.
기자 심재훈, 에디터 김소영,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