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외국문출판사, 열병식 등장 전략무기들 담은 신년 달력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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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외국문출판사가 지난 4월 진행된 열병식 당시 등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각종 최신무기들을 담은 대외선전용 신년 달력을 발행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각종 최신 무기들을 대외에 선전하는 2023년 신년 달력을 발행했습니다. 북한이 핵무력을 대외에 과시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최근 J.M 선교회로부터 입수한 표지부터 5월까지의 대외용 북한 신년 달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국문출판사가 제작했으며 지난 4월 진행된 열병식 당시 등장한 각종 전략무기 및 단거리 탄도미사일들이 달력의 배경으로 담겨 있습니다.

달력의 표지에는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안녕을 삼가 축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중국어와 함께 병기돼 있습니다. 중국 유통용인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표지에는 지난 4월 열병식에서 등장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이 11축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이동하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1월 화성-17형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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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국문출판사가 최근 발행한 2023 달력 표지와 4~5월 달력. /J.M 선교회

1월과 2월 달력은 극초음속활공비행체를 탑재한 극초음속미사일이 장식하고 있습니다. 1월을 장식하고 있는 극초음속미사일의 경우 탄두 부분이 원뿔(Cone) 형태로 올해 1월 두차례 발사된 바 있습니다. 2월을 장식한 극초음속미사일은 쐐기(Wedge) 형태로 지난해 9월 발사됐습니다.

3월 달력에는 아직 명칭이 확인되지 않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일각에서는 이를 ICBM급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4월과 5월 달력에는 각각 초대형방사포(KN-25)와 북한판 에이테킴스(KN-24)가 장식하고 있습니다.

J.M 선교회 관계자는 자유아시아방송에 “1월부터 12월까지 달력에 열병식에 등장했던 북한 최신 무기들이 담겨 있다”며 “북한 주민들은 경제난에 허덕이는데 북한 당국은 무기 선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의 인사들은 북한의 대외용 신년 달력에 각종 무기들을 담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올해 김정은 당 총비서의 치적으로써 대외에 선전할 수 있는 것은 각종 전략무기와 최신 무기들뿐이기 때문에 이를 대외에 선전하려 했다는 분석입니다.

전 콩고주재 북한대사관 1등 서기관 출신인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자유아시아방송에 “신년에 해외 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주재국에 신년 연하장과 달력을 선물로 주는 게 주요 업무”라고 말했습니다.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북한 당국이) 달력을 통해서 뭔가 보여주려고 하는 메시지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걸 집중적으로 달력에 넣습니다. 이번 해외 달력에 어떤 것들을 넣을 것인가, 외무성 대외선전국 같은 곳에서 제의서를 올립니다. 김 총비서한테. 그래서 지도자가 선택하게끔 하는 겁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자유아시아방송에 대외용 신년 달력의 내용을 열병식에 등장한 무기들로 채운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2019년까지는 이런 내용으로만 채운 달력은 보지 못했다”며 “올해의 자랑거리로 각종 무기들을 선정해 홍보하려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 외국문출판사에서 만들었다는 것은 대외 홍보를 위한 것이니까요.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7호가 제일 앞 표지에 있더라고요. 그런 것밖에는 북한의 자랑거리가 없으니까. 2021년 당대회 때 제시된 과업들, 이걸 관철한 것으로 지금 나오지 않습니까. 올해 이런 부분들을 관철했다, 이렇게 볼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지난 4월 열병식 당시 등장한 북한 최신 무기들이 담긴 신년 달력이 대내 선전용으로도 제작돼 유통되고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내놨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대외선전용 달력을 통해 지난해 8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국방발전 5개년 계획에 따라 이미 개발됐거나 개발 완료단계에 접어든 무기 체계들을 중심으로 김 총비서의 치적을 선전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연말 총화, 연말 노동신문 결산 기사를 통해 이미 국방력 강화의 성과를 집중 부각했다”며 “2023년도 경제부문보다는 국방력 분야에 중점을 두겠다는 김정은 체제의 고민이 달력에 반영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