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내년 미북관계가 올해와 유사한 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29일 발표한 ‘2023년 북미 관계 전망’ 보고서.
정성윤 통일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내년 미북관계는 올해와 유사한 정세가 형성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도발, 미국의 억제력 강화 조치가 반복해서 이루어지되 양국 모두 지나친 확전(escalation)은 자제하고자 하는 정세입니다.
정 연구위원은 먼저 북한에 대해 “북한의 최우선 전략 목표는 핵ㆍ미사일 고도화를 최대한 빨리 달성하는 것”이라며 “순조로운 목표 달성을 위해 미국과의 심각한 갈등을 가능하면 회피하고자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정 연구위원은 또 “자신들을 기만한 미국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판단이 북한의 정책에 반영될 것”이라며 “북한은 내년 미국과의 대화를 정책 선택지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정 연구위원은 “모욕을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김정은이 가장 강렬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 연구위원은 미국도 북한과 같이 미북관계가 확전 양상으로 흘러가는 것에 신중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우크라니아 전쟁 등 시급한 외교 현안들이 쌓여 있고 국내 경제회복 등도 여의치 않다”는 이유입니다.
이어 미국 역시 북한과 마찬가지로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바라봤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핵ㆍ미사일 고도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유엔 안보리 제재 채택을 막기 위해 중국ㆍ러시아와의 유대 강화에 나설 것을 예상하고 있을 것”이며 “미국은 북핵 억제력 강화와 효율적인 제재체제(regime) 강화를 정책 방향으로 염두에 둘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또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맞춤형 억제력의 적시 전개, 중국ㆍ러시아에 대한 2차 강압 채택 여부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 연구위원은 다만 “내년 정세가 일시적으로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확전 가능성을 열어놨습니다.
북한이 한미일 3국의 억제 노력을 훼손하려는 강력한 동기를 드러내고 미국은 확장억제 손상을 용인하지 않겠다며 양국의 의지가 충돌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정 연구위원은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하고 다양한 전술핵무기 체제, 핵잠수함용 소형원자로 등을 전격 공개할 여지가 있다”고 바라봤고 이때 “양국은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위기 조성을 감내하려고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한국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2023 국방정책 환경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이 우크라니아 전쟁이 종료되는 시점, 혹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해 전쟁의 파급효과가 줄어들고 대북문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에 북한이 7차 핵실험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사실상 무력화했으면서도 합의 파기를 명시적으로 선언하지 않는 배경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를 합의 조건에 묶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기습적으로 도발하려는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밖에 “북한이 코로나 유행과 관련해 체제 붕괴에 영향을 주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코로나 재유행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밝혔고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고물가 현상 등이 길어지면 김정은 정권의 지속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바라봤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