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한국을 향한 핵 위협을 통해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편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접근을 유도함으로써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려 할 것이란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재홍 책임연구위원이 ‘김정은 집권기 국방력 강화정책의 영향과 전망’을 주제로 내놓은 보고서.
북한이 핵 능력 강화를 수단으로 삼아 한미동맹 약화를 노릴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고 책임연구위원은 “향후 북한의 국방력 강화정책은 미국의 대북 접근을 유도하기 위해 대미 핵 공격 능력 강화와 비핵국가인 한국에 대한 핵 위협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지난 미북 정상회담 개최가 가능했던 이유를 미 본토의 안전이 위협받는 데 대한 미국 측의 두려움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곧 세 번째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선 더 강한 대미 압박이 필요하다는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019년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본토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어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었다는 인식을 밝힌 점이 이 같은 분석의 근거로 제시됐습니다.
다만 고 책임연구위원은 이 같은 상황인식이 대미 압박과 위험이 부족해 하노이회담이 결렬됐다는 북한의 잘못된 판단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는 북한의 1950년 남침 결정 배경에 미군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며 한국에 대한 군사력 우위로 북한이 승리할 것이라는 오판이 있었던 것과 유사하다는 설명입니다.
고 책임연구위원은 지난 2017년 말 북한이 이른바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그 다음 해 미북 비핵화 협상이 개시된 사실을 언급하며, 북한의 지난 행보를 돌이켜봤을 때 국방력 강화 정책은 곧 앞으로의 ‘외교’를 염두에 둔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이 미국에 대한 핵 위협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개발을 시사한 ‘초대형 핵폭탄’과 1만 5천km 사거리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명중률 제고를 대외적으로 보여주고자 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또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진 7차 핵실험 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연속적인 핵실험을 성공시켜 전술핵 능력을 보여주고, 미국의 비핵 동맹국인 한국에 다양한 형태의 전술핵 위협을 과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습니다.
이를 위해 7차 핵실험은 물론, 중국의 대만 포위 포격훈련 등을 모방해 울릉도 해역에 대한 포위 포격훈련을 실시하는 등 원점타격이 쉽지 않은 도발과 긴장 고조 행위를 감행할 수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고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의 핵 위협이 현실화될수록 한국 내에서 자체 핵보유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며, 이로부터 한미 간 핵 갈등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김정은 총비서가 8차 당대회에서 국방력 강화정책을 가리켜 ‘외교 수단’이라고 강조한 것을 언급하며 대남 핵 위협이 미국의 대북 접근을 유도하는 시도로써 감행될 수 있으며, 북한은 그러한 시도를 통해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대남 핵위협을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미국이 북한에 접근하도록 촉진하는 계기로 활용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