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보기관 CIA, 즉 중앙정보국이 지난 1998년 당시, 북한이 5년 안에 붕괴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CIA는 당시, 전, 현직 정보부처 관리들과 한반도 전문가들을 불러 토론회를 갖고, 토론결과를 바탕으로 비밀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당시 토론에 참석했던, 미국 국방대학교의 제임스 프리스텁(James Przystup) 교수는 23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북한이 붕괴가 임박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위기였다며, 그러나 자신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남한의 KBS는 19일, 미국의 문서 발굴기관인 NSA(National Security Archives) 즉, 국가 방위기록 보관소를 통해 입수한, CIA 비밀 보고서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보고서에는, CIA가 97년에 북한의 붕괴를 염두에 두고, 이에 따른 한반도 급변상황을 모의 시험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 가상 상황은 첫째, 북한의 제한적인 남침, 둘 째, 북한에서 쿠데타나 내전이 일어나는 상황, 셋 째 남한에 의한 평화적 통일입니다.
보고서는 1997년 모의시험 때 다루지 않았던 가상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단시일 내에 붕괴하지 않을 수도 있고, 불안정 하지만, 남북한이 공존하는 기간이 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그것입니다. 보고서는 그러나 북한이 점점 악화되는 국내 상황을 5년 이상 버틸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분석했습니다.
특히 보고서는 북한 정권 앞에 놓여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고려했을 때, 북한 스스로 조만간 겪게 될 급격한 붕괴에 대처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고 말했습니다. 보고서는 또한 실질적인 긴장 상황 완화를 위해서는 시간 뿐 아니라 엄청난 원조와 투자가 필요한데, 주요 당사자인 남한이 이를 담당할 재원도, 의지도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중앙정보국의 비밀 토론회에 참석했던 프리스텁 교수는 28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사회를 개방하거나 대대적인 경제개혁을 하지 않을 경우, 빠른 시간 내에 망할 것이라는 것이 당시 회의의 지배적인 견해였다고 밝혔습니다.
James Przystup: North Korea would collapse within a short period of time if it failed to move toward significant economic reform and opening.
프리스텁 교수는 그러나 자신은 이 견해에 동의하지 않았다며,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북한 체계가 훨씬 강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당시 북한의 정치, 경제적 통제력이 상당히 엄격했을 뿐더러, 주체사상으로 뭉쳐진 애국심 등을 고려할 때,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James Przystup: I just didn't think that N. Korea was going to collapse period, I thought the system was much stronger, and the political controls, economic controls were at that time were very severe.
프리스텁 교수는 현재 북한은 그 당시보다 더 강해져 있으며, 북한 핵문제 논의를 위한 6자회담이 계속되는 한, 북한 정권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붕괴론과 관련해 미국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쉬 박사도 회의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를테면 불만을 품은 북한 주민들이 과연 정부에 조직적인 반대를 펼칠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이에 관한 증거는 없는 실정이라고 닉쉬 박사는 설명했습니다.
Larry Niksch: There may certainly be an attitude of the N. Koreans of discontent with the regime, but the willingness to rise up or willingness to create any sort of organized opposition, there is just no evidence.
그는 또 하나의 가정은 북한 고위 관리나 당원 등 소위 엘리트 계층을 이루는 사람들의 경제사정이 악화돼, 이들이 정부에 불만을 품고 봉기해, 정권의 몰락을 가져온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닉쉬 박사는 이 가정도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닉쉬 박사는 이들 엘리트 계층의 경제사정이 좋은 편이며, 지난 3-4년간 중국과 남한의 경제 원조, 그리고 경제개혁 조치로 인한 임금향상 등으로 인해 이들의 경제사정은 향상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엘리트 계층이 재정적으로 안정을 유지하는 한 김정일에게 계속 충성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Larry Niksch: But as long as the elite is maintaining relatively stable situation in terms of their own economic/financial livelihood, they will likely to remain loyal to the regime, not threat to Kim Jong-il.
닉쉬 박사는 다만, 현재 미국 정부가 북한의 위폐제조 등 불법금융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가하고 있는 경제제재가, 엘리트 계층의 재정에 얼마나 타격을 가할 것인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진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