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선 한국말투 흉내내기 인기

서울-박성우 parks@aisa.rfa.org

북한의 큰 도시에서는 최근 들어 한국의 드라마 등이 유입되면서 한국식 말투를 따라하는 게 유행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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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드라마 '황진이' 포스터 - AFP PHOTO/PATRICK LIN

북한 관광 안내원: 이번에 북측의 우리 위대한 장군님과 남측의 노무현 대통령 사이 상봉과 회담이 이뤄져서 10.4 선언이 채택 발표되지 않았습니까?

최근 평양이나 개성을 다녀온 한국 사람들은 북한 사람들 말투가 많이 바뀐 걸 느낄 수 있다고 말합니다. RFA가 지난 주 개성 관광 취재를 나섰을 때도 북한 사람들의 말투가 확연히 달라진 걸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을 평양 출신이라고 밝힌 북한 안내원이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버스 안에서 하는 말을 들어보면 북한식 말투와 한국식 말투가 섞여 있습니다.

북한 안내원: 제가 오늘 개성 관광길에 오늘 하루를 같이 보냈는데, 남측에 나가시기 전에 여러분들에게 노래 한마디 불러 드리고자 합니다.

개성 뿐 아니라, 물자의 유입이 집중되는 평양 같은 큰 도시나 KBS 같은 한국 텔레비젼 방송의 주파수가 잡히는 지역에서는 특히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국식 말투를 흉내 내는 게 인기라고 최근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2006년 10월 탈북해 지난 9월 몽골을 거쳐 한국에 입국한 평양 출신 탈북자 김씨입니다.

김씨: 말하자면... 좀 새것에 민감한 청년들... 젊은 사람들은 그런데 많이 취미가 있고, 그런 열풍이 자꾸 돌아가는 게... 젊은 사람들의 취미잖아요. 그래서 (저도) 그때 말투를 좀 따라 하긴 했는데요. 그것 때문에 또 사회 단속 유지대들이 많이 단속을 했어요.

실제로 평양시 김형직 사범대학의 한 여자 교원은 최근 수업을 하던 중 한국 말투를 쓴 게 문제가 돼 교원 자격을 박탈당했다고 대북 지원단체인 <좋은벗들>이 지난 19일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국식 말투를 쓰는 것은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봤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그동안 단속의 대상이 됐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들여온 값싼 녹화기 덕분에 한국식 말투는 이제 전 계층의 북한 주민에게 확산되는 추세라고 탈북자 김씨는 말합니다.

김씨: 처음에는 좀 잘 살고... 그런 사람들만 봤는데요. 최근에는 북한에도 CD, DVD 있죠... 녹화기. 녹화기가 중국에서 많이 들어오니까... 중층, 마지막에는 하층에도... CD 녹화기는 얼마 비싸지 않으니까요. 그 녹화기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봐요.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담은 CD와 녹화기의 유입으로 한국식 말투가 인기를 얻으면서, 평양 같은 큰 도시에서는 한국 사람을 만날 땐 한국식 말투로 이야기하는 북한 사람도 생겨나고 있으며, 북한 특유의 억센 억양도 점차 순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최근 평양을 다녀온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이우영 교수입니다.

이우영: 의도적으로 흉내 내는 건 아니더라도, 예를 들어서... 그냥 남한 사람들을 접촉하게 되면 그동안 습득한 남한 말을 쓰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구요. 그리고 과거 평양의 표준말 같은 게 좀 희석되는 경향이 전반적으로 좀 있습니다.

한국 말투를 흉내 내는 북한 사람들은 앞으로 남북간 교류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이우영 교수입니다.

이우영: 지금 뭐 개성지역도 그렇지만 남북한 사람들이 접하는 접촉면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화적 유입은... 자연적으로 이런 현상들은 좀 더 심화될 걸로 봐야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