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표자회 생중계 취소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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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당국이 텔레비전으로 생중계한다고 예고해 놓았던 노동당대표자회 회의광경을 내보내지 않으면서 주민들 속에서 적지않은 불만이 터져나왔다는 소식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악화설을 이제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고 북한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이 노동당대표자회 소식을 제때에 전하지 못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노골적으로 제기되었다"고 북한 내부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고양이 손발도 빌린다는 바쁜 가을철임에도 주민들은 대표자회 행사준비 때문에 하루 종일 꼼짝할 수 없었고 오래전에 포치됐던 사업들이 뒤바뀌면서 간부들까지도 불만을 터뜨렸다고 합니다.

이 시점에 이르러서는 김정일의 건강이상설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고 소식통들은 한결 같이 주장했습니다.

28일 양강도 혜산시의 한 주민은 "하루 종일 모여라 헤쳐라 하는 바람에 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며 모든 게 뒤죽박죽이 돼 애꿎은 인민들만 고달팠다고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그가 전하는 9월28일은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는 하루였습니다.

아침에 출근을 하자마자 지배인과 초급당비서가 김정은의 대장 칭호수여 소식을 전하면서 오후 첫시간(1시)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당 총비서 추대를 경축하는 군중집회가 있다고 말했지만 종업원들은 새로울 것이 없다는 듯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이후 공장 지배인과 초급당비서가 시당에서 전달하는 긴급지시를 받으러 떠나면서 "오늘은 여러 행사들이 계획돼 있기 때문에 누구도 제멋대로 움직이지 말라"고 포치했고 직장장과 반장을 비롯한 공장 간부들은 따로 모여 텔레비전을 보면서 당대표자회 소식을 기다렸다는 것입니다.

일감이 없는 노동자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담배를 피우며 잡담을 하거나 한쪽에서는 주패놀이를 하면서 지루하게 기다리는 일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시당에 갔던 지배인과 초급당비서는 오전 10시경에 돌아왔는데 들어서는 즉시 노동당원들을 모아놓고 김정은의 대장칭호 수여와 관련한 긴급 초급당총회를 열었고 이 때문에 한때 노동자들 속에서 오늘도 당대표자회가 열리지 않는 모양이라는 수군거림이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초급당총회가 진행되던 오전 11시에 시당으로부터 김정일 당총비서 추대를 경축하는 오후 군중대회가 취소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오후 2시부터 진행하는 '중대방송'을 모두 청취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노동당대표자회 소식이 생중계될 것으로 기대했던 노동자들은 오후 2시, 방송원(아나운서)의 설명만으로 대표자회를 보도하자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고 지배인과 초급당비서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 했다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한편 함경북도 회령시의 한 소식통은 "오후 4시부터 (회령)경기장에 모여 김정일의 당총비서 추대를 경축하는 군중무도회가 열렸다"면서 군중무용을 가르쳐주지 않아 회령사적관 직원들만 모여 춤추는 흉내를 내고 나머지는 모두 멍청하게 구경만 하다가 왔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실제행사는 아무 것도 진행된 것이 없는데 아침부터 행사를 한다고 야단만 피웠다"며 "행사를 한다고 상인들을 모두 내쫒아 오늘(28일)은 장마당도 열리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당대표자회가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김정일의 건강이 나쁘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게 됐다"며 주민들이 "텔레비전으로 중계하지도 않으면서 왜 사람들을 이렇게 못살게 굴었냐?"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고 주장했습니다.

당국이 김정일 총비서 추대소식을 알리며 분위기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예정됐던 생중계가 이뤄지지 않은데다 계획됐던 경축집회까지 무산되면서 이번 대표자회를 계기로 당지도부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는 게 소식통들의 결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