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올해 남북정상회담 응할 가능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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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남한 고위 관리와 정치인들이 잇따라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언급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측이 남북정상회담에 응할 가능성이 낮고 또 회담이 열린다 해도 북한 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은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남한 대통령의 자문기구인 동북아시대위원회의 이수훈 위원장은 2일 한 남한 방송에 출연해 여건이 조성되면 남북정상회담은 성사되는 것이라면서 남한의 노무현 대통령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남한의 송민순 외교부장관도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 관리들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위해선 한결같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가 풀려야하는 등 ‘조건이 성숙되어야 한다’라는 토를 달기는 했지만, 발언의 무게중심은 아무래도 정상회담 개최 쪽으로 기운 듯한 느낌입니다. 또한 지난 2000년 6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당사자인 남한의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지난 2일 한 방송에 출연해 올해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남북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고 있습니다. 또 회담이 열려도 북한 핵문제 해결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민간연구기관인 사회과학원(SSRC)의 레온 시갈 박사는 3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북한 측에서 남한과의 정상회담을 원한다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Leon Sigal: (I think they reached their conclusion a few years back that South Korea can not get the U.S. to change policy...)

“북한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남한이 미국의 대북정책을 변화시킬 능력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매년 연초만 되면 남한에서는 남북정상회담 관련 발언이 나오곤 했습니다. 북한은 남한이 아니라 미국과 핵문제 관련 협상을 원하고 있고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의 변화를 바라고 있습니다.”

시갈 박사는 북한은 핵문제 논의에 진전이 없는 것은 물론 남북한 관계가 어려운 것도 모두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 탓으로 돌리고 있다면서 미국이 실제 북한에 대한 정책을 바꾸기 전에는 북한이 이러한 기존 입장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한 미국의 보수적 연구기관인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3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과연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개최 제의에 얼마나 호응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Bruce Klingner: (South Korea will be pushing for it very strongly, especially the Roh Moo Hyun administration, I think he would see it as a way of countering his declining public support...)

“남한의 노무현 정부는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또 재임 중 업적을 남긴다는 의미에서 올해 남북정상회담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북한 측이 이러한 남한의 태도에 얼마나 호응할 지는 알 수 없습니다. 설령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임기 말 국정장악 능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과 정상회담에서 하게 될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확신이 없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남한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면 북한에 대한 대규모 경제지원 약속이 필수적일 것으로 봅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또 남한 측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이 북한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길 원하고 있지만 북한 측에서는 남한의 지원 등 양보만 받아내고 핵문제는 미국 측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 민간연구기관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박형중 객원연구원도 자유아시아방송에 남북정상회담이 북한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 힘들다면서 오히려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형중: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더라도 북한 측이 핵문제를 실질적으로 풀어가는데 어떤 약속이라든지 조치를 취할 것 같지 않습니다. 그 대신 북한 측은 ‘핵폐기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기 때문에 핵을 폐기하겠다’는 등의 현실적 조치가 뒷받침되지 않는 선언 정도만 하고 그 대신에 남쪽으로부터 지원을 받아낸다든지 또는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남측이 인정하도록 만드는 이벤트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많습니다.

박형중 연구원은 또 현재 남한 현직 대통령의 지지계층이 매우 취약하고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이 만일 올해 남북정상회담에 임한다면 이는 올해 말에 치러지는 남한의 대통령 선거 등 정치상황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워싱턴-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