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터뷰] 임은정 공주대 교수 “미중경쟁·우크라전에 중국 ‘대북 영향력’ 커져”

우크라이나 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러시아 탱크들.
우크라이나 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러시아 탱크들.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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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 공주대학교의 임은정 국제학부 교수는 현재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심해지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대북 '레버리지'(영향력)가 더욱 확대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지정은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 북한이 최근 전례 없이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데요. 여기에는 어떠한 의도나 목적이 있다고 보시나요?

임은정 공주대학교 교수
임은정 공주대학교 교수

임은정 교수 : 최근 들어서, 특히 올해 들어서 굉장히 도발의 수위나 빈도, 규모 이런 것들이 과거에 견줄 만한 예가 없을 정도로 증가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 당국의 의도라는 것이 아주 근본적으로 어떠한 변화를 일으켰다기 보다는 가고 있었던 길을 더 속도를 내서 가고 있다는 맥락으로 보고 있습니다. 핵 능력 고도화, 미사일 능력 고도화라는 (북한이) 추구하는 지향점이 반드시 있고, 그 지향점을 가는 데에 있어 속도를 내는 분위기인 건데요. 이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마는 특히 올해 들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로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고, 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제 코로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때문에 여러 가지 공급망의 소위 교란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불편한 상황들이 벌어졌었죠. 그리고 또 그 전후로 시계를 돌려보면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 경쟁이라고 하는 것이 이미 시작됐었고, 이런 구도들이 있기 때문에요. 이런 소위 세력 재편이 진행되고 있는 구조 속에서 북한 당국은 본인들이 추구하던 지향점에 더 속도를 내고 있다, 저는 그냥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기자 : 최근 미국 고위급 관계자가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이 핵실험에 나서지 않도록 설득할 수 있는 레버리지(영향력)를 갖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는데요. 중국과 러시아가 실제 북한의 핵실험 등에 미칠 영향력은 어느 정도라고 보시나요?


임은정 교수 : 그거는 앞서 말씀드린 것과도 맥이 닿아 있는 부분인데요. 가장 아쉬운 것은 하노이(미북정상회담)가 소위 말하는 노딜(회담 결렬)로 끝나버렸기 때문에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북한이 자국이 원하는 지향점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미국과의 교섭과 협상을 큰 기제, 메커니즘으로 삼았던 국면이지만 이미 그것이 노딜로 끝났고요. 그 이후로 미중의 소위 전략 경쟁의 심화, 코로나 팬데믹로 인한 여러 가지 세력 재편이 더 가속화하는 부분, 심지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더 세력 재편이 가속화하는 이런 국면 속에서 북한은 이 판을 읽고 이 판에서 본인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요. 그런 차원에서 봤을 때는 중국과 러시아의 레버리지(영향력)가 커진 것은 부인하기가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어쨌든 미국과 북한이 당장 이 아이스브레이킹(냉각 국면을 타개)을 할 수 있을 만한 어떤 요인도 쉽게 찾아지지 않고, 심지어 한국도 정권이 이미 바뀌었고, 그리고 한국의 많은 국민들께서도 이런 지금 북한의 행태에 대해서 과거에 우리가 대화를 추구했던 어떤 방향성에 대한 회의감이랄까요, 그런 것들이 이미 팽배해져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요. 그런 차원에서 봤을 때는 중국과 러시아의 레버리지라고 하는 것이 과거와 비교하건데 하노이 때보다는 훨씬 높아진 것만큼은 부인할 수가 없겠다고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기자 : 일각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에 따른 제재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했는데요. 대북제재가 여전히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보시나요?

임은정 교수 : 사실 제재라고 하는 것이 진정한 효과를 발휘하려면 당연히 모두의 참여가 제일 중요하죠. 그리고 특히 이제 북한 같이 기이한, 기형적인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국가에 대해서 제재를 한다고 할 때는 북한이 이미 적대시 여기는 국가들의 제재가 의미가 없는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사실 북한이 실질적으로 경제 측면에서 의존하고 있는 국가들이 제재에 적극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굉장히 상쇄되는 부분이 있는 거죠. 그래서 이것은 '제재라는 것 자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하는 차원의 문제일 것 같습니다. '아무 쓸모가 없다'고 말하기에는 그러면 '그 외 국제사회의 구성원들이 북한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그럼 규탄을 할 것이냐, 어떤 식으로 비판을 표명할 것이냐'하는 원칙적인 부분이 있는 것이고요. 효과 측면에서 봤을 때는 특히 중국이 여태까지 뒤를 봐준다고 할까요,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당연히 크죠. 또 러시아 같은 자원 부국이자 어마어마한 영토를 가지고 있는 국가와 나름대로 북한이 연대, 결속을 하고, 그런 측면에서 또 이 (제재) 틈을 빠져나가는 측면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큰 것은 사실입니다.

“미중경쟁·우크라전에 중국 ‘대북 영향력’ 커져” [Her포인트]“미중경쟁·우크라전에 중국 ‘대북 영향력’ 커져” 임은정 공주대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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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한국 정부가 취해야 할 조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임은정 교수 : 지난 수년 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가 훈련의 수위랄까 이런 것들도 조절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은 어찌됐든 국면이 큰 흐름에서 많이 바뀌어 있는 상황이고, 대화가 중요하지만 억지 능력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지 못하면 국내 사회의 연대나 신뢰가 흔들리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소위 북한이 도발이라고 표현하는 여러 연합 훈련은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런 것들이 한편으로는 안타깝게도 정치학자들이 말하는 안보 딜레마적인 상황, 우리는 (훈련을) 우리의 안보를 위해서 하고 있지만 또 북한의 도발의 수위를 높이게 하는 부분도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참 고민스럽습니다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자위적인 차원에서 능력을 좀 검증해보고요. 또 특히 군대라고 하는 것은 훈련이 없이 시뮬레이션(모의)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은 당연히 우리 군에서도 지속적으로 노력을 해야 되는 부분이겠죠.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아까도 말씀드린 맥락에서 지금 다시 중국의 레버리지가 커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협조를 어떻게 이끌어내느냐가 우리 정부의 정말 중차대한 과제이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러시아도 레버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러시아가 저렇게 전쟁을 계속해서 끌고 가고 있는 이상은 러시아를 활용한 협상의 기회를 만들기 보다는 아무래도 중국 쪽을 활용하는 것이 더 찬스(가능성)가 높다고 봤을 때요. 물론 미국과 중국의 커다란 경쟁 이런 국면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만큼은 모두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서 중차대한 문제이자 시급한 문제라는 것을 미국과 중국 모두를 설득해가면서 중국의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기자 : 지금까지 한국 공주대학교의 임은정 교수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지정은입니다.

기자 지정은,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