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해커, ‘러시아 지원 대가’로 북 선전매체 사이트 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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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익명의 해커가 북한이 우크라이나전을 벌인 러시아를 지원한 대가라며 북한의 선전매체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사이버 공격에 나섰습니다. 서혜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27일 북한의 대외선전용 온라인 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DDoS) 사이버 공격을 받아 약 24시간 동안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각국에서 사이트 접속이 차단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온라인 사회관계망 서비스 트위터에서 ‘익명 작전(Anonymous Operation)’이라는 계정을 쓰는 이 해커는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히며, 이번 공격이 “러시아를 지원한 대가(The payment of aid to Russia)”라고 공격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 해커는 지난 12일과 20일에도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가’라며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의 서버를 마비시켜 접속을 차단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0월에 같은 방식으로 북한의 선전 사이트를 공격한 이 해커는 당시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그의 해킹 활동은 북한의 선전 사이트 공격을 통해 접속을 차단함으로써 북한의 체제 홍보를 막고, 독재정권과 검열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또 다른 미국 해커의 단독 소행으로 밝혀진 사이버 공격에 의해 북한의 주요 매체와 기관 웹사이트 접속이 일제히 끊기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러한 해킹은 북한에 조금은 압박이 되겠지만 그들의 선전활동 자체를 바꾸기에는 충분치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 :지난 2004년 남북은 서로를 정치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합의서에 서명했지만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한국에 대한 심리전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이를 매일 어기고 있습니다. 북한의 선전 사이트를 마비시키는 것이 문제가 되긴 하겠지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막말 담화 등을 통해 북한의 다른 언론에서 이러한 (선전) 활동을 이어갈 겁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이어 이러한 반복적인 해킹에 대한 북한의 사이버 대응 능력에 대해서는 방어적 해킹은 공격적 해킹보다 더 복잡하기 때문에 (능력에)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이는 북한의 우선순위를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 :북한은 그들 자신을 보호하는 것보다 외부 세계의 취약성을 찾는 데 훨씬 더 능숙합니다. 그들의 관점에서는 사이버 공격을 통해 김정은 정권에 수입을 내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방어)에 대한 취약성이 존재하는 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민족끼리’는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8개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 계정을 운영하며 웹사이트가 다운되더라도 체제 선전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9월 중순 유튜브(YouTube)와 텀블러(Tumblr)가 ‘서비스 약관 위반’을 이유로 계정을 강제 폐쇄하자, 10월 초 텔레그램에 ‘채널’을 새롭게 개설하고 북한의 보도 내용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채널은 텔레그램에서 제공하는 대규모 메시지 전달 서비스입니다.

한편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 선전매체를 유해 사이트로 지정해 접속을 차단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텔레그램을 통해 일반인들이 실시간으로 관련 보도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지난 9월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가 텔레그램에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한국 통일부는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기자 서혜준, 조진우 에디터 김소영,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