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환경계획 “2019년 북 주민 2만 여명 미세먼지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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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엔환경계획이 2019년 북한에서 실외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가 2만 여명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 보다 8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2일 유엔환경계획(UNEP)이 ‘푸른 하늘을 위한 세계 청정 대기의 날’(International day of clean air for blue skies)인 9월7일을 맞아 갱신한 국가별 대기오염 현황자료를 확인한 결과, 지난 2019년 북한 주민 2만1,590명이 실외 미세먼지(AAP)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인구 10만명 당 실외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는 82명이었습니다.

북한의 초미세먼지(PM 2.5) 농도는3제곱 미터당 44 마이크로그램(µg/m3)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기준(5 µg/m3)보다 8.8배 높았습니다.

당시 북한 주민이 야외에서 들이마신 초미세먼지가 세계보건기구 권고치보다 8배 넘게 많다는 이야기 입니다.

북한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인도(83 µg/m3)와 카타르(76 µg/m3) 다음으로 높았으며, 인구 10만명 당 사망자 수는 불가리아(131명)와 중국(100명) 다음으로 세번째 였습니다.

실외 미세먼지 대기오염으로 사망한 북한 주민들의 질환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 19%로 가장 높았으며 뇌졸중 16%, 하부호흡기 감염15%, 기관지암과 폐암 14%, 허혈성 심장질환13%, 2형 당뇨병10%, 신생아 장애6% 등의 순이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2019년 약 400만 명이 실외 미세먼지로 인해 사망했으며,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동아시아와 중부 유럽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중 중국 사망자가 약 142만 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인도 사망자가 약 97만7천 명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한국은 총 사망자 수가 2만1,837명으로 북한과 비슷했지만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가 41명, 초미세먼지 농도가 3제곱 미터당 27마이크로그램(µg/m3)으로 북한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유엔환경계획은 2019년 실외 미세먼지로 전 세계 평균 수명이 약 1년 단축됐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실외 미세먼지 외 실내 미세먼지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세계은행(World Bank)이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The Global Health Cost of PM2.5 Air Pollution)에 따르면 2019년 실내 미세먼지(HAP)로 사망한 북한 주민은 3만1,515명에 달했습니다.

특히 실외와 실내 미세먼지를 모두 합친 사망자는 인구 10만명 당 202명으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이었고, 전체 사망자 중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 비율 역시 22%로 조사대상 220여 국가 중 가장 높았습니다.

북한에 미세먼지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유엔환경계획이 제시한 대기질 개선 권고사항은 어느정도 잘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은 유엔이 제시한 9개 권고사항 중 청정 에너지 생산에 대한 인센티브와 차량 배기가스 배출 기준, 지속 가능한 농업 관행, 대기 질 관리 전략, 대기 질 추적(monitoring) 등 5가지 목표(Target)를 달성했습니다.

고형폐기물 소각도 부분적으로 통제되고 있으며, 주거용 건물에서 조리와 난방 시 청정 에너지 사용을 장려(Incentive)하는 정책도 진행 중이나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습니다.

이 같은 북한의 유엔 미세먼지 권고사항 준수는 중국과 같은 것이며 한국(6개 준수)보다 1개 적은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대기오염의 영향에 더 취약한 데 대해 미 전문가들은 낙후된 의료서비스와 영양부족으로 인한 건강상태와 폐쇄적인 정책을 그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주민들은 한국인나 중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강이 좋지 않고 대기 오염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에 훨씬 취약하다”고 밝혔습니다. ((North) Koreans in the north suffer much more than others is likely due to their relatively poor level of health as compared to Koreans in the South or Chinese and are therefore much more vulnerable to respiratory ailments caused by air pollution.)

이어 그는 북한의 열악한 의료 시스템도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북한은 대기오염으로 인해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A second related cause is surely the poor medical system in the north. It is unlikely to be able to adequately treat the large number of people who might suffer respiratory ailments due to air pollution.)

특히 그는 북한의 열악한 건강과 의료 상황은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 개발을 우선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결정 때문이라며 “그가 핵개발 자원을 북한 주민들의 식량과 건강 관리를 위해 사용했다면 대기 오염 문제를 훨씬 더 수월하게 처리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수 김 미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은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폐쇄적인 북한의 정책으로 인해 깨끗한 공기와 기후변화, 재생 에너지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The country remains closed to development, which severely hampers its ability to address challenges in clean air, climate change, renewable energy, etc.)

그는 “북한내 개별 단체들이 개별적으로 대기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고 실현 가능하지도 않다”며 “북한 당국 스스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이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It's neither sufficient nor feasible for individual North Korean organizations to take steps toward addressing the air pollution challenge -- the state itself has to come to the realization and make the issue a priority.)

한편 유엔은 2019년 12월 총회에서 매년 9월 7일을 ‘푸른 하늘을 위한 세계 청정 대기의 날’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매년 이날을 맞아 대기오염과 공기정화에 대한 인식 제고에 나서고 있습니다.

올해 3회째인 ‘푸른 하늘을 위한 세계 청정 대기의 날’ 주제는 ‘우리가 공유하는 공기, 나의 행동을 더하다‘(Let’s act together for the air we share)입니다.

유엔환경계획은 이날을 기념하는 홈페이지를 통해 “대기 오염이 전 세계 공중 보건에 가장 큰 환경 위협이며 매년 약 7백만 명의 조기 사망을 초래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2019년 기준 세계 인구의 99%가 세계보건기구가 2021년에 갱신한 ‘대기 질 가이드라인’(AQG)을 충족하지 못하는 곳에 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유엔환경계획은 “대기오염은 전 세계적인 문제이지만, 특히 개발도상국에 거주하는 여성과 어린이, 노인 등에게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저소득 인구는 목재 연료와 등유를 사용하는 취사와 난방으로 인해 높은 수준의 주변 대기오염과 실내 대기오염에 자주 노출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자 조진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