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북한당국이 태양절(김일성 생일) 110주년을 맞아 전국의 학생들에게 새로운 디자인의 교복을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위해 이 달 중순경 북중화물열차편에 교복 원단을 수입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현지 소식 박정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20일 “청진시 교육당국이 태양절(4.15 김일성 생일)110주년을 맞아 학생들에게 새 교복 공급을 예고했다”면서 “지난해 말(12월 27일~31일)당중앙위원회 제8차대회에서 온 나라 학생들에게 국가 부담으로 교복을 공급하는 것이 당의 일관된정책이라고 밝혔기 때문(본 방송 1월 21일 보도)”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에 공급되는 교복은 지금까지의 교복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모양(디자인)이라고 예고되어 있어 대부분의 학생들은 새 교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 “하지만 새 교복용 원단이 중국에서 대량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지금 교복원단이 그리 급한 것이냐’면서 시급한 식료품 대신 옷감 원단을 들여온데 대해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반면에 교복 원단을 자체적으로 보장하라는 중앙의 방침이 내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던 지역별 국영피복공장 간부들은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라면서 “사실 피복공장 간부들이 원단을 자체 조달해 태양절까지 전국의 학생들 교복을 생산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당국이 코로나로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올해는 선대수령들의 정주년 생일이 연이어 있어 새 교복과 학용품을 통 크게 공급함으로써 학생들의 충성심을 이끌어내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식료품 품귀현상으로 먹을 것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새 교복을 받는다고 수령들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질지 의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한 주민소식통은 같은 날 “최근 신의주시에는 올해 태양절에 학생들에게 새 교복을 공급한다는 소식이 다 퍼졌다”면서 “주민들은 올해가 태양절과 광명성절이 나란히 정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여서 새 교복 공급이 이뤄지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 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국가 공급으로 낡은 교복을 벗어버리게 된 학생들은 새로운 교복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면서 “새 교복의 모양(디자인)이 지금까지 우리(북한) 교복 모양의 틀에서 벗어나 현대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기대감이 높은 것”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그러나 학생들과는 달리 일반 주민들은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아이들에게 새 교복을 선물하는 것도 좋지만 식료품 절대부족으로 고통받는 인민들에게 콩기름 한 병이라도 선물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오로지 자력갱생, 국산화만이 살길이라며 자체 조달을 강조해온 당국이 은밀히 교복 원단을 외국에서 수입해 온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면서 “태양절, 광명성절 같은 최대의 명절을 기념하려면 전체 인민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선물이 더 바람직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그러나 새 교복 공급계획 발표 이후 깊은 시름에 잠겼던 국영피복공장 지배인들은 교복원단 수입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면서 “민족 최대의 명절인 ‘태양절’ ‘광명성절’ 을 성대히 치루는 게 당면 목표로 된 상황에서 자신들은 이제 최대한 빨리 교복을 생산해 공급하기만 하면 과제 미달의 책임을 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기자 박정연, 에티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