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설 명절(2,1)을 앞두고 북한 당국이 탄광, 광산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식량배급을 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수분함량이 높고 곰팡이가 낀 옥수수가 공급돼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의 한 광산에서 일하는 주민 소식통은 25일 “며칠 전 설 명절을 맞으며 광산 후방부에서 광부들에게 배급으로 옥수수를 공급했다”며 “그런데 옥수수의 품질이 너무나 한심해 모두가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내가 일하는 광산은 국가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광산이어서 작년부터 다른 곳은 생각도 못하는 식량 배급을 비교적 잘 주고 있다”며 “ 그런데 이번에 배급 받은 옥수수가 수분이 너무 많아 얼어붙은 덩어리들이 많고 심지어 곰팡이도 피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우리 집은 네 식구가 달라붙어 곰팡이가 끼어 먹을 수 없는 옥수수를 골라 냈다”며 “배급으로 받은 수량의 3분의 1이 곰팡이가 끼어 돼지 먹이로 할 수밖에 없었다는 집도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광부들과 가족들속에서 ‘이런 걸 사람이 먹으라고 주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며 “광산 후방부는 ‘군 양정사업소에서 받아온 것을 그대로 공급했을 뿐’이라며 광부들에게 거듭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붕이 없는 화차에 옥수수를 수송하다 보니 도중에 눈에 젖고 얼어붙기도 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라며 “문제는 이런 일이 한두 번 일어난 것 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에서는 사회적으로 광부들과 탄부들을 우대해야 한다고 말은 잘하지만, 솔직히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며 “매일 천길 땅속 막장에서 일하는 광부들이 곰팡이가 낀 옥수수를 먹고 어떻게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고 반문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양정사업소에서 일하는 주민 소식통은 25일 “겨울철에 주민들에게 축축하고 곰팡이가 낀 옥수수를 배급으로 주는 것은 쉽게 해결될 수 없는 고질적인 현상”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탈곡이 끝나면 농지 면적이 작아 식량을 자급자족하지 못하는 양강도나 함경북도 지역의 양정사업소들은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나 평안남·북도 등에서 받은 식량을 안전하게 수송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파견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은 열흘에서 보름씩 화차에서 숙식을 하면서 식량을 호송해오는데 호송노동자들에게 약간의 여비와 물자가 보장될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결국 이들은 부족한 식량, 부식물, 담배 등을 구하기 위해 열차가 설 때마다 자기들이 호송하는 옥수수를 팔아 해결한다”며 “대신 부족한 수량을 보충하기 위해 옥수수 포대에 물을 조금씩 뿌려 무게를 불리는데 그 과정에서 옥수수가 얼어붙거나 곰팡이가 끼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양정사업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라고 남들보다 식량 배급을 매번 받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그러다 보니 어떤 사람들은 남들 모르게 사업소에 있는 국가 식량을 조금씩 훔쳐가기도 한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주민들에게 곰팡이가 낀 옥수수가 배급되는 현상을 없애자면 우선 지붕이 있는 유개화차가 보장돼야 하며 전력 문제가 해결돼 열차가 쩍하면 멈춰서는 현상이 없어져야 한다”면서 “이외에도 식량 호송을 맡은 노동자들이 불편없이 화차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여비와 식량, 부식물 등 충분한 물자를 보장해주는 것을 비롯해 많은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