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다수확 농민에만 김정일생일선물 듬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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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김정일 생일 80주년(2.16)을 맞으며 전국 협동농장 다수확 농민들에게 의류와 식품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대적 박탈감에 일반 농민들은 일할 의욕을 잃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시의 한 소식통은 16일 “어제(15일) 평양 만경대협동농장 문화회관에서 농장간부들과 농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광명성절 (김정일 생일,2/16) 80돌 경축 중앙보고대회가 진행되었다”면서 “보고가 있은 후 다수확 농민들에 대한 선물 수여식이 있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날 중앙당에서 다수확 농민들에게 수여한 선물 지함(종이박스)은 두 개인데, 하나는 치마저고리(한복)와 내의(상하복), 양말 등 의류 선물이 들어있는 지함과 각종 과일 통조림과 당과류가 들어있는 식품 지함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평양 만경대협동농장은 김일성 생가가 자리 잡고 있는 지역이라는 이유로 전국적으로 본보기 농장으로 선전되고 있어 일반 협동농장보다 농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일반 협동농장은 농민 숫자가 200-500명 정도지만, 만경대협동농장에서 일하는 농민 숫자는 1천 여 명이며, 이중 김정일 생일 80돌을 맞으며 선물을 받아 안은 다수확 농민은 30여 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다수확 농민들에게만 선물이 듬뿍 안겨지는 것을 지켜본 일반 농민들은 당국이 쌀로써 사회주의를 지키자며 농민들의 생산의욕을 자극하려고 본보기 농민을 선정해 다수확 농민으로 내세우더니 선물을 주면서도 차별 대우한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 숙천군의 한 소식통도 같은 날 “어제 숙천군에서는 광명성절(2.16) 80돌을 기념하기 위해 농민들이 집합한 가운데 중앙보고대회가 진행되었다”면서 “보고대회에서는 선대수령의 유훈을 받들어 올해 제시된 사회주의농촌의 당면 과업을 철저히 관철하자는 결의토론들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 중앙보고대회 이후 숙천군 당 비서는 지난해 포전담당제에서 국가에 알곡을 많이 바친 농민들을 다수확 농민으로 평가하면서 이들에게 의류와 식품이 들어 있는 김정일 생일선물을 수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일반 농민들에게는 김정일 생일 선물이라며 기름 한 병 등을 주면서 다수확 농민에게는 의류와 식품 선물을 한아름 안겨주는 것을 보는 농민들의 마음은 매우 불편했다”면서 “군당 간부는 농민들에게 올해에는 알곡생산구조를 이모작 삼모작으로 대담하게 바꾸어 농업생산성을 올림으로써 다수확농민이 되자고 호소했지만 농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농민들은 당국이 다수확 농민 몇 명을 모범농민이라고 내세우고 광명성절 선물을 안겨 주면서 물질적으로 차별하는 데 열심히 일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고 말한다”면서 “일반 농민들에게는 김정일 생일 특별 공급이라며 기름 한 병(500그램)과 가루비누 한 봉지(480그램)가 공급되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김정일 생일 80돌을 기념한다며 북한 당국은 전 주민들에게 명절물자를 특별 공급했지만 공급된 물자 품목은 지역 별로 차이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명절물자공급에 드는 비용을 지방정부가 자체 해결하도록 지시한 탓에 지역 재정에 따라 선물 품목에 격차가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평양시민들에게는 세대별로 의류와 식품, 육류 등이 골고루 공급된 반면, 농촌지역인 숙천군의 경우, 술 한 병, 사탕가루 500그램, 밀가루 500그램, 도루묵 1키로가 국정가격으로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