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자동차 부품 도둑 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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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식량과 생필품 부족사태에 직면하고 있는 북한에서 자동차 부품 도둑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차가 고장 나도 부품을 구할 길이 없어 다른 차의 부품을 훔치는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13일 “요즘 시내에서 자동차 부품을 떼어가는 도둑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며 “새 부품은 찾아보기 어렵고 중고 부품마저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남의 차 부품을 훔쳐내 차를 수리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주 수남구역에서 한 운전수(운전기사)가 자기 집 앞에 차를 잠시 세우고 저녁밥을 먹는 사이에 자동차가 사라졌다”며 “다음날 송평구역 수성동의 한적한 곳에서 주요 부품은 다 뜯겨낸 채 껍데기만 남은 차가 발견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우리나라 길거리를 다니는 자동차는 거의 100%가 중국산이다”라며 “장기간의 국경봉쇄로 물자 수입이 차단되면서 자동차 부품은 새것은 물론이고 중고 부품마저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자동차 부품이 식량 못지 않은 귀한 물건으로 언제든지 돈이 되다 보니 돈을 노리고 야간에 길가나 마을에 세워둔 자동차를 외진 곳에 끌고 가 부품을 뜯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자기 차 부품을 도둑 맞힌(맞은) 운전수들이 차를 살리기 위해 다시 남의 차의 부품을 훔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기업소들도 차 부품을 도둑 맞혀 차를 움직일 수 없게 되면 생산과 기업 운영에 지장을 받다 보니 자동차 경비를 강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며 “운전수들은 외지에 나간 경우 차를 지키기 위해 차에서 잠을 자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같은 날 함경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다른 공업제품(생필품)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부품도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자동차 도둑이 급증하고 있다”며 “기업소는 물론 운전수들도 자기 차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소들도 대부분 전용 차고가 없어 밖에 차를 세워두고 있다”며 “우리 기업소의 경우 야간에 2명이 경비실에서 근무를 서는데 자동차를 불빛이 비추는 경비실 앞에 세워 두었는데도 밤사이 부품을 도둑 맞힌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결국 작년부터 기업소가 운전수에게 자동차 관리와 경비를 완전히 맡겨 버렸다”며 “운전수가 높은 울타리를 세운 자기 집 마당에 비닐로 차고를 짓고 그 안에서 사나운 개 2마리와 함께 밤잠을 설쳐가면서 자동차를 지키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악성 전염병(코로나) 사태로 먹을 것, 입을 것이 부족하니 온갖 도둑들이 성행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노동당은 인민들의 생활상 고통을 해결하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사상적 무장으로 경제적 난관을 헤쳐나갈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